검사동일체 원칙의 역설, '한나라당' 따로 '새누리당' 따로

13년전에는 폐지법안 발의, 지금은 '윤석열 때리기'에 활용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가정보원 수사 강행으로 '수사팀 배제' 조치된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새누리당은 '하극상', '항명' 등의 용어를 동원해 비판하고 있다. 윤 지청장의 행위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위배'라는 얘기다.

22일 새누리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이 줄줄이 거론됐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검사의 기본적 직무집행 원칙인 검사동일체 원칙의 명백한 위배"라고,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검찰 조직은 상명하복 조직"이라고 각각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전날 국정감사에서 윤 지청장을 신문한 김재원 의원도 검사 출신답게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이견이 있을 때 상사 의견이 전적으로 우선한다는 게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형사소송법 첫머리에서 배우는 기본적 내용이다"라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새누리당의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상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자, '모든 검사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는 13년 전 전신인 한나라당이 취한 입장과 정반대다. 한나라당은 2000년 11월 "검찰중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검사의 상명하복 규정 삭제', '검사동일체 원칙 제한'을 내세운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0년 11월23일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일부. '검사가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다고 적시돼 있다.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000년 11월23일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일부. '검사가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다고 적시돼 있다.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안상수 의원이었고, 김기춘·김무성·서청원·이재오·홍사덕·황우여 등 소속 의원 132명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개정안의 제안 이유에는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의 염원이자 법치주의 정착을 위한 시대적 요구이므로 검찰의 경직된 상명하복 관계를 완화하고,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제한을 가한다"고 적혀 있다.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검사가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한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을 삭제한다"고 설명돼 있다.

이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과의 협의 및 정부 대안으로의 통합 등을 거쳐 2003년 12월30일 새 검찰청법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문제의 제7조 제1항은 당초 "제7조(검사동일체의 원칙) 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로 적시돼 있었다. 이는 개정된 현행법에서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 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바뀌었다.

한나라당의 입법 목적대로,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표현이 '사무 지휘·감독'으로 바뀌면서 법률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또 제7조 제2항이 신설돼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문화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사무차장은 "검사동일체 원칙은 법률에서 분명히 사라진 용어"라며 "특히 상관의 불법명령에 대한 거부권한은 법률로나 대법원 판례로나 보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원칙 자체의 의미를 수용하더라도, 이는 동종 사건에서 같은 결론을 내야 한다거나 검사가 바뀌더라도 수사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통일성 추구가 목적"이라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라고 만들어진 원칙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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