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전자파 정말 유해할까...'현명한 회피' 필요

송전선 전자파와 소아백혈병 인과관계 불충분..그러나 '현명한 회피'는 필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상경 기자회견' 에서 밀양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송전선 전자파의 유해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송전선 전자파가 소아백혈병을 발생시킨다는 보고서를 작성해놓고, 이 내용을 다시 뒤엎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송전선 전자파가 소아백혈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지난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 '송전선 전자파가 소아백혈병 유발'..보고서 공개 파장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보고서는 향후 10년 동안 송전선 전자파로 인해 최대 38명의 소아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최대 13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송전선 전자파가 소아백혈병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내용은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자 보고서를 만든 국립환경과학원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고서의 추계가 불확실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송전선 전자파로 최대 38명의 소아백혈병 환자가 발생한다'는 보고서의 추계는 2005년 영국의학저널에 소개된 한 논문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 논문에서 저자(Draper)는 '소아백혈병 환자의 1.2~1.5%가 송전선 전자파에 기인한다'고 가정했다.


◈ 환경과학원, "보고서가 인용한 발병률도 부정확"

이에대해 김삼권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논문의 저자들조차 가정이 부정확하고 인과관계도 불확실함을 강조했다"며 "결론적으로 전자파와 소아백혈병과의 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되거나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소아백혈병 발병 환자수를 추산하는데 활용한 발병률도 결국 가정에 불과할 뿐, 정확히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와 소아백혈병은 아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WHO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또 국제암연구소(IARC)도 지난 2002년 극저주파를 발암가능물질로 규정했으나, 커피나 고사리 같은 2B군으로 일단 위해성이 크지 않은 군(群)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고 환경당국이 전자파를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 "전자파 무해하다 말할 순 없다"..."현명한 회피 필요"

환경과학원은 지난 4월,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전자파가 강해지는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는 가급적 통화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는 IARC가 '매일 30분 이상 장기간(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은 뇌종양이나 청신경증 발생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40% 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김삼권 원장은 "휴대폰이나 송전선이나 똑같다"며 "과학자들의 결론은 '현명한 회피'"라고 말했다. 일단 해롭다는 증거는 불충분하지만,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면 '현명한 회피'를 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환경부는 환경기본법 등에 전자파를 환경위해물질로 추가하기 위해 입법안을 꾸준히 제출해 왔다. 그러나 다른 정부부처와 산업계의 반발에 막혀 입법이 번번이 좌절됐다.

환경부의 논리처럼 전자파에 대해 '현명한 회피'를 해야 한다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건강상 우려 때문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입장도 '현명한 회피'의 차원에서는 정당한 요구로 볼 수 있다. 무턱대고 송전탑 건설 반대입장을 비난하거나 묵살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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