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유출한 NSA의 내부 기밀 회람 문건을 토대로 24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이 문건은 NSA가 직원들에게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NSA의 '고객'에 해당하는 정부기관 고위 관료들이 보유한 연락처 목록(Rolodex·회전식 명함정리기)을 확보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은 조지 부시 2기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06년 10월 NSA의 신호정보부(SID) 직원들에게 회람 됐다.
문건에서 NSA는 '최근 사례'로 한 정부 관료가 외국 지도자 35명의 번호를 포함해 총 200개의 전화번호를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번호의 소유자는 구체적으로 거명되지 않았으나, 이들은 즉각 NSA의 도청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NSA는 문건에서 "200개 전화번호 가운데 상당수는 공개된 통로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만 43개는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라며 "새로 구한 번호 등을 '과제'로 지정했다(tasked)"고 밝혔다.
그러나 NSA는 "아직은 이 전화번호들에서 '보고할만한' 정보를 거의 생산하지 못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NSA의 도·감청 파문은 최근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여러 국가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NSA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NSA가 프랑스 국민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멕시코 대통령의 이메일을 훔쳐봤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번 문건은 NSA가 외국 정상이나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일상적인 감시 행각을 벌였으며, 이들과 교류하는 미국 관료들에게까지 협조를 요청했음을 시사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실제로 이 문건의 제목은 "'대상'으로 삼을 전화번호를 확보하는 데 고객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NSA는 문건에서 "때때로 SID는 미국 관료들의 개인적인 연락처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권을 받는다"며 "여기에는 외국의 정치 혹은 군사 지도자들의 직통전화, 팩스, 거주지, 휴대전화 번호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해명을 요청했으나, 관료들이 직접적 답변을 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