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만 없으면 몸에 좋다고?

화학적 합성품 진짜 유해한가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품업체가 화학적 합성품을 최대한 넣지 않은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학적 합성품은 무조건 몸에 해롭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실일까, 오해일까. 식품전문가들은 "화학적 합성품이라고 모두 유해한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소비자들의 먹거리 불안을 역이용하는 광고도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는 프림에 카제인나트륨을 넣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광고를 펼치고 있다.(더 스쿠프 제공)
# 서울 강동구 풍납동에 사는 김미경(38)씨. 그는 장을 볼 때 'MSG 無첨가' '천연'이라는 표기가 들어간 제품만 고른다. 가격은 비싸지만 화학적 합성품이 들어간 제품은 왠지 꺼려진다. 특히 MSG가 들어간 제품은 절대 사지 않는다. 어디선가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구토' '메스꺼움'을 호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다.

#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민철(40) 과장은 '카제인나트륨'을 넣지 않았다는 특정 브랜드의 커피믹스를 마신다. 카제인나트륨이 뭔지는 모르지만 기왕이면 화학적 합성품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마시는 게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서다.

9월 27일 한국미래소비자포럼에서 화학적 합성품에 대한 막연한 소비자 불안에 대해 설명하는 권훈정 서울대 교수.(더 스쿠프 제공)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학적 합성품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워킹맘연구소가 최근 25~54세 기혼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MSG 사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MSG는 몸에 좋지 않다'고 응답한 기혼 여성은 80%에 달했다. 'MSG는 오래전부터 좋지 않다고 들었다'는 응답은 85%를 차지했다.

하지만 MSG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사실과 조금 다르다. MSG는 글루탐산과 나트륨이 결합해 만들어진 화합물이다. L-글루탐산나트륨으로 불리는데, 글루탐산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다. 유제품ㆍ육류ㆍ어류ㆍ채소류 등 동식물성 단백질 함유 식품에도 존재한다. MSG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도 많다.

1987년 국제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는 MSG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고 세계보건기구(WHO)도 MSG의 안전성을 강조한 바 있다. 2010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MSG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9월 27일 '소비자 식품 안전 정보-과학적 신뢰에 근거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미래소비자포럼에서 권훈정 서울대(식품영학) 교수는 "MSG를 포털 사이트 등에 검색해 보면 신경계를 교란시키고, 혈액 내 농도를 20~40배 끌어올린다는 위해성 관련 정보부터 나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 교수에 따르면 MSG 유해성 논란의 시발점은 '중화요리증후군'이다. 1960년대 미국의 의사 로버트 호만 콕이 MSG가 많이 들어간 중국 요리를 먹은 뒤 가슴압박감ㆍ메스꺼움ㆍ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다. 그로부터 수십년 동안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식품과학위원회 등이 안정성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결론적으로는 모든 연구에서 뚜렷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MSG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식품업체의 '광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 문구를 활용한 광고는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역이용한 사례다. 남양유업은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며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썼다"고 내세웠다. 광고에선 톱스타 김태희가 한 손으로 커피잔을 엎어버리는 장면과 함께 '프림에 카제인(나트륨)을 넣은 커피 - 더 이상 안된다!'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소비자들에 카제인나트륨이 마치 몸에 유해하?募?인식을 준 것이다.

화학적 합성품 호도하는 '광고'

하지만 카제인은 정제된 우유단백질에 불과하다. 커피 크림뿐만 아니라 마요네즈ㆍ케첩ㆍ빵ㆍ소시지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된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지난해 3월 "카제인은 미국 식약청인 FDA에서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물질로 지정돼 있고 유럽과 호주ㆍ뉴질랜드 등에도 독성 평가자료나 위해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남양유업의 광고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을 이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성희 강원대(소비자학) 교수는 "식품의 불안정성은 가상의 위험에서 기인한다"며 "이런 실존하지 않는 위험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이 '광고'"라고 말했다.
그는 "남양유업은 '무無 카제인나트륨' 광고를 자신들의 제품에서 몸이 안 좋은 성분을 뺐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비틀어놨다"며 "각종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교육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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