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병역면제자를 감사원장으로 지명했을까?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부이어 '병역면제' 오명 쓰나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 내정자
박근혜 대통령이 공석이던 감사원장에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했다. 그런데 황 감사원장 내정자는 병역면제자이면서 현직 법원장이다.

양건 전 감사원장이 사퇴한 뒤 두 달간 고르고 고른 감사원장 후보인데 하필이면 현직 법원장이면서 병역 면제자를 선택했을까?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황 감사원장 내정자는 서울시 선거관리위원장과 대전지법원장 등을 지냈으며 신망과 존경을 받는 강직한 법관"이라며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굿모닝 시티 사기분양 사건, 대우그룹 부실회계 감사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던 분으로 감사원장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황 내정자는 청와대의 적임자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약점을 안고 있다.

우선 병역을 면제 받았다. 1953년 생으로 올해 환갑인 황 감사원장 내정자는 신체검사에서 근시(안구질환)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병역면제자는 고위공직자로 임명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 내정자는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가 재신검에서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내정자는 기자들에게 "작년에 대법원에서 소명을 요구해 관련 기록이 일부 있고 어차피 청문 단계에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신중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15명의 아들 16명이 한국 국정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나 논란을 빚었고,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도 아들이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왜 또 그런 사람(병역면제자)을 임명하느냐"며 "또 시끄럽겠구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지난해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후보자는 물론 그 직계비속의 병역문제가 드러날 경우 가장 큰 감점을 줬다. 병역의무 이행 여부를 최우선 공천기준인 '도덕성'의 가장 큰 부분으로 삼았지만 대통령이 된 뒤 그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 때 이 대통령을 시작으로 정운찬 국무총리, 김황식 감사원장, 원세훈 국정원장, 정정길 대통령 실장,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윤증현 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 장관급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병역면제를 받아 '병역면제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는 현직 법관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위배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현직 법관을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라며 "향후 법관들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중견 법조인은 "현직 법관을 감사원장으로 지명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서 볼 때 적절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법인권사회연구소(준)는 박근혜 대통령이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한 데 대해
"한마디로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을 파괴하고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즉각 내정을 철회할 것과 대법원에서 황 법원장에 대해 직무감찰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다만 헌법학자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5공 때처럼 현직판사가 청와대로 파견 가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어차피 사표를 내고 갈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은 없다"면서도 "모양새는 좋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법원에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입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삼권분립의 취지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있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라는 점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도 있다"고 법원 분위기를 전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감사원장 후보에 황찬현 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한 것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재판부를 관할하고 있는 법원장이 정권이 임명하는 권력기관장으로 옮겨간 것은 사법부의 독립과 삼권분립의 정신을 흔드는 일"이라는 우려의 글이 게재되고 있다.

세 번째는 격의 문제이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차관급이다. 그런데 곧바로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감사원장은 장관이나 장관급을 거친 공직자를 임명해왔지만 법원장에서 감사원장으로 곧바로 임명한 것은 상당한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양건 감사원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장관급 이상 출신이 임명돼 왔다. 김황식 전 감사원장은 대법관 출신이었고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쳤다.

이밖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깜깜이 인사'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두 달여 동안 미뤄져온 감사원장 인사가 단행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대로 언론이나 정치권의 하마평에 전혀 오른 적이 없는 의외의 인물들이 발탁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인사에서도 전혀 기류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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