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폭력 조직 38개파와 조직원 등 12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최고 운영자인 조직 폭력배 염모(38) 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염 씨 등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약 3년 동안 중국과 필리핀에 서버를 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전국의 폭력배들에게 PC방 등 하부매장 3000여 개를 분양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시로 게임사이트 주소를 변경하면서 수백 개의 대포계좌로 게임머니를 충전, 인터넷 뱅킹으로 환전한 뒤 매회 도박에 사용된 게임머니 배팅액을 14.5%를 수수료로 차감해 하부매장에 단계별로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라미드 방식으로 운영해, 상위 단계에 있는 최고 운영자들만 수익 대부분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염 씨는 자신과 친한 조폭들을 중심으로 총본사를 내주고, 그 아래 본사와 총판, 매장 순으로 서열을 정해 각각 운영자들을 모집하도록 했다.
판돈의 14.5%를 수수료 100%로 환산했을 때 총본사 12.6%, 본사 12.5%, 총판 12.3%, 매장 12% 비율로 이익금을 배당하고 나머지 50.6%는 운영자들이 모두 챙기는 방식이다.
조사 결과, 운영자들의 계좌에 입금된 액수 1970억 원 가운데 염 씨가 챙긴 돈은 1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최고 운영진 단계에 있는 폭력배들은 수수료 50% 상당의 이익을 얻지만 하부매장의 경우 모집한 회원이 적으면 게임장 임대료도 납부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 등 전형적인 피라미드 방식의 영업"이라고 밝혔다.
염 씨 등은 또 실적이 좋은 하위 매장에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 원씩 지급하고 명절과 휴가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기업형으로 조직 관리를 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일반게임물 심의를 받은 뒤 실명확인 없이도 회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게임머니 환전이 불법임에도 관리자 페이지에서 환전할 수 있도록 심의 내용을 변조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염 씨는 경찰의 수사가 하부매장에서 끝나지 않고 상부로 압박해오자 밀항을 시도했지만 중국에서 체포돼 송환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검거가 매번 하부에서 끝난 경우와 달리, 최고 운영자를 붙잡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면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폭력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