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이번 담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보이지만 야당은 '물타기용 박비어천가'라며 혹평을 내놨다.
정 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며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믿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검찰수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박 대통령의 이전 입장 역시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정 총리가 이처럼 대통령을 대신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난 대선 당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 언급할 경우 논란에 더욱 깊이 발을 담그는 모양새가 되며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은 '정쟁'에 불과하며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민생'을 챙겨야 하는 만큼 논란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따라서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던 정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담화를 발표하며 "관련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현 정부의 입장을 전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동시에 대국민담화라는 형식을 통해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정치권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서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도 역시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의도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은 예상했던대로 정 총리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정국호도용 ‘물타기’ 담화"라며 혹평을 쏟아냈다.
배재정 대변인은 "국정원, 국방부, 국가보훈처, 경찰청 등이 총체적으로 불법 대선개입에 나서고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과 검찰총장, 수사팀장 찍어내기 등 정국이 파탄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총리가 보여준 안이한 시국인식은 한심한 수준이기까지 하다"고 혹평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도 "박비어천가의 결정판"이라면서 "너무 진정성이 없고, 국민이 느끼는 정국인식과는 차이가 큰 그야말로 불통정권임을 자인하는 담화문"이라고 비판했다.
총리의 담화에 대해 민주당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공세 수위를 계속 높임에 따라 박 대통령이 오는 31일 예정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미 여러차례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면서 "검찰 수사는 물론, 재판도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무슨 입장을 또 밝히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진상규명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수석비서관회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