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가족 사이에 오히려 감정이 심하게 얽힌 원한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뜻밖에 많다고 경고했다.
27일 오후 5시 30분 전남 구례군의 한 주택에서 한 할머니가 '도와달라' 소리를 지르며 이웃집으로 뛰쳐 왔다.
이웃집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방안의 처참한 광경에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아들 A(44)씨가 동생(42)을 둔기로 내려쳐 살해한 것이다.
이른 식사를 마치고 동생과 말다툼하던 A씨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동생을 수차례 내리쳤다.
그리고 도망도 가지 않고 현장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A씨는 얼마 전 이혼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는 노총각 동생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고 있었다.
동생은 '돈만 쓰지 말고 일 좀 하라'고 자주 A씨와 다퉈왔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그러던 차에 밥상머리에서 일찌감치 밥을 먹고 드러누운 동생을 A씨가 나무라자 동생이 이에 반발해 싸움이 났고 오래 묵혀온 싸움은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번졌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30대 남성이 아버지를 죽여 야산에 버렸다고 자수했다.
B(31)씨는 지난 19일 오후 5시 부모님 댁을 찾았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서울의 동생 집으로 피신하자 아버지를 설득할 요량으로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62)는 오히려 B씨를 나무라며 뺨까지 때렸다.
이에 B씨는 아버지를 넘어뜨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아버지의 시신은 여행용 가방에 담아 광주 모 대학 뒤편 야산에 버렸다.
경찰조사에서 B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두 사건 모두 핏줄 사이의 오랜 갈등이 결국 살인의 비극으로 이어진 경우다.
경찰은 가족 갈등을 중간에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했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선대학교 상담심리학부 정승아 교수는 "심한 원한 관계는 사실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보다는 감정이 강하게 얽히는 가족 사이에서 발생하기 쉽다"며 "가족 간의 결속력을 느슨하게 하는 최근 사회적 양상이 작용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존속살인 사건 등을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패륜범죄라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개인적 차원에서 두루 성찰을 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