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쥔 與, 국정원엔 '느슨' 전교조엔 '엄격'

국정원 위법사실은 "0.02% 뿐" 두둔…0.015%인 전교조 해직교사는 배척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불법 선거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새누리당의 감싸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국정원이 야당과 야권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1,977개의 댓글을 올렸고 이 중 73개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검찰의 6월 기소 이후 새누리당은 줄곧 "댓글 73개 가지고 무슨 선거개입이냐"는 논리로 대응해 왔다.

그러다 '국정원이 트위터에서도 5만 6천건의 정치관련 글을 퍼날랐다'는 검찰의 조사결과가 추가로 나오자 이번에는 실로 다채로운 방호벽을 치고 나섰다.

"검찰이 5만 6천건 중 2,233건만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했을 뿐 나머지는 '국정원 소행'으로 추정된다"(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4개월간 국정원이 올린 5만 6천건의 트윗글은 이 기간 트위터에 올라온 2억 8,700만 개의 글 가운데 0.02% 밖에 안된다"(정갑윤 의원)

"그 정도의 양은 한강에 물 한바가지 부은 정도 밖에 안된다"(정몽준 상임고문)

이어 새누리당은 27일과 28일에는 5만 6천건의 트위터 범죄일람표를 '검증'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5만여 건의 트위터 게시글 가운데 정치적 편향성이 보이지 않고 단순 트윗이나 정보성 뉴스 트윗이 포함돼 있는 등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홍문종 사무총장)

"(3천건의 오류를 제외한) 나머지 5만여건 댓글 중 (국정원) 본래 기능인 대북 심리전의 내용도 상당수 포함된다"(최경환 원내대표)


새누리당의 이런 문제제기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댓글이나 트위터 가운데 위법적인 글의 양이 적다는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면 곤란하다.

위법한 댓글이나 트위터 글이 73개든 2,233개든 5만 6천개든 위법한 글의 숫자에 따라 범법행위 면죄 여부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수능시험에서 100문제 중 한 문제만 컨닝했는데 왜 문제냐고 항변하는 꼴"이라고 빗대어 일갈한 바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이 국정원에는 법의 잣대를 자꾸만 느슨하게 들이대는 것과는 달리 전교조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하고 있는 이중 잣대도 문제다.

새누리당은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에 대해 최근 맹공을 퍼부었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육의 가치와 노동 기본권을 찾으려면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최경환 원내대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방침을 거부하고 연가투쟁을 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불법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김기현 정책위의장)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것은 해직자 9명이 노조원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9명 때문에 6만명의 조직이 법외 노조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댄 논리대로라면 문제가 있다는 9명은 전체 전교조 조합원 6만명 가운데 0.01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전교조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이 맞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 사건은 국제기준이나 헌정질서유지 등의 차원에서 볼 때 더 엄격하게 봐야함에도 새누리당은 느슨하게 보고 있는데 반해 전교조에 대해서는 국제기준이나 인권보호 등의 견지에서 느슨하게 봐야하는데도 더 엄격하게 보고 있다"며 "국정원과 전교조를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시각은 모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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