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믿는 구석 '다목적' 유희관 카드

'필승 불펜? 7차전 선발?' 2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4회 이전 강판하면서 5, 6차전 필승 불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두산 좌완 유희관.(자료사진=두산)
무서운 가을곰이 사자군단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두산이 삼성을 제물로 사상 최초 정규리그 4위 팀 우승의 금자탑을 눈앞에 뒀다.

한국시리즈(KS)에서 3승1패로 앞선 두산은 29일 5차전에서 이기면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쥔다. 2001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 정상이다.

사실 두산은 3차전에서 선발 유희관이 어이없이 강판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코치진이 무의식적으로 마운드에 2번 오르는 실수로 야구규칙에 따라 3⅔이닝 만에 경기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두산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게 됐다. 선발은 물론 중간계투 요원으로도 쓸 수 있는 '유희관 카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4차전에서 졌으면 3차전 실수의 회한이 무겁게 다가왔을 테지만 승리를 거두면서 되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노경은 초반 난조 때 롱릴리프 적임자

올해 유희관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1경기 등판, 10승7패 1세이브 3홀드를 올렸다. 불펜 투입에 불편함이 없다.

3차전 투구수가 52개에 불과했고, 4차전을 쉬면서 3~4이닝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4차전에 앞서 본인도 "오늘도 선발로 나가 8~90개는 던질 수 있다"며 호기가 하늘을 찌를 태세였다.

두산은 4차전에서 상대 '+1' 선발 차우찬의 대항마 핸킨스가 제몫을 해줬다. 5이닝 무실점한 선발 이재우에 이어 2⅔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2-1 승리의 발판을 놨다. 그러나 투구수 48개를 기록해 5차전 투입이 불투명하다.

5차전 선발 노경은이 믿음직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두산이다. 게다가 노경은은 슬로 스타터로 경기 초반이 고비다. 만에 하나 조기 강판 사태가 벌어질 경우 롱릴리프가 필요한데 유희관이 적임자다.

3차전에서 5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다소 불안했지만 올해 삼성전 2승1패, 평균자책점(ERA) 1.91로 강했다. 홍상삼, 오현택, 변진수 등이 있지만 역시 그동안 포스트시즌 활약을 감안하면 유희관만한 카드가 없다.

▲유희관, 5-6차전 필승 불펜으로도 활용 가능

당초 두산은 유희관이 3차전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면 7차전 선발을 준비해야 했지만 최종전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총력을 기울여 5차전에서 승부를 끝내야 한다. 대구로 다시 갈 경우 저력의 삼성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5차전을 내줘 6차전을 치른다 해도 승산은 있다.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에 이어 휴식을 취한 핸킨스를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승리 기회를 잡는다면 유희관도 투입 가능하다. 5차전 투입된다 해도 30일 이동일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공이 느려 많이 던져도 어깨가 괜찮고, 하루만 쉬어도 또 던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4차전 승리 뒤 "5차전 유희관 투입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많은 패를 쥔 두산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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