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는 이미 몇 년 전 지나갔지만 주 정부의 지원 감소와 세수 부진, 연금비용 상승 등 재정 악화의 원인이 지속해 시 정부들이 금융위기 이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이 쇠락하고 세입이 줄면서 최근 지방자치단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사태를 맞은 바 있다.
많은 지자체는 '디트로이트와 우리는 다르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들의 문제도 결국 디트로이트의 침몰 요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WSJ가 리서치회사 메리트리서치 서비스의 미국 내 250개 대도시 재정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정 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250곳 중 과반은 현재 보유한 예비비 규모가 지난 2007년 수준에 못 미쳤고, 114곳은 2007∼2012년 부채부담이 늘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달 발표한 리서치 보고서에서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많은 지방정부가 장기적·근본적 신용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예전에는 지자체 파산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촉발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지금은 과도한 부채와 세수 부진 등 근본적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무디스는 분석했다.
세입이 정체된 데는 부동산 경기의 탓도 있다.
조사대상 가운데 100개 도시에서 부동산 시장 경기가 아직 2007년보다 나쁜 상태로 조사됐다. 이는 재산세를 최대의 재원으로 삼는 지자체들에는 심각한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주 정부의 지원 감소도 도시재정 부실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주 정부들은 경기침체로 소득세·소비세 수입이 줄자 산하 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삭감하고 나섰다.
퓨(Pew) 자선재단의 최신 자료를 보면 주 정부 보조금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6.2%에 해당하는 총 310억달러(32조8천755억원) 감소했다.
경기가 나아지면서 주 정부의 세금 수입도 2010년 1분기 이래 증가세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보조금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다시 늘리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이미 확대된 연금과 건강보험 비용이 골치를 썩이는 경우가 있다.
메리트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250개 대도시의 3분의 2가량은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미적립 연금채무가 늘어났다.
일례로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서는 2009년 주민들이 지방소비세 0.75% 인상을 승인했으나, 이를 통해 확보된 8천35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이 모두 경찰과 소방공무원을 위한 연금에 투입됐다.
리처드 시카론 메리트리서치 대표는 금융위기가 "(도시재정의) '쿠션'을 얄팍하게 만들었다"며 "가장 취약한 도시들은 아직 재정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