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경찰서는 사기와 공갈 등의 혐의로 이모(32)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오모(38)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낮에 활동하는 이 씨 등 보이스피싱조 3명은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은행 직원을 사칭해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햇살론 등 저렴한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며 공인인증서와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넘겨받았다.
이들은 이렇게 받은 개인정보로 고금리 대출을 받은 뒤 대출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226명으로부터 13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함께 적발된 조모(26) 씨 등 5명은 같은 기간 동안 야간에 활동하면서 '조건 만남'을 미끼로 사기를 치고 빼돌린 돈을 중국으로 송금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 등은 인터넷에 '조건 만남' 광고를 했다. 이를 보고 전화한 남성들과 '알몸' 영상통화·채팅을 하면서 상대방의 알몸을 그대로 촬영하는 동시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해킹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사기인 줄 모르고 전화한 이모(37) 씨에게 알몸 사진을 미끼로 "돈을 보내지 않으면 당신의 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할 것"이라고 협박해 300만 원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최근 3개월 동안 115명으로부터 7억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지시를 내리는 총책과 국내에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이를 보내는 회수책, 인출책, 송금책 등으로 역할을 철저히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또 휴대전화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지시와 보고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도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한 점과 위치 추적이 어려운 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기존의 고리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의 서민경제 지원책인 햇살론 등으로 갈아타고 싶어하는 점을 노렸다"며 "햇살론은 이자가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주겠다고 하면 쉽게 속아넘어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이들 조직에게 대포폰과 유심칩을 판매한 이모(29) 씨와 범행에 이용할 대포 통장과 카드를 전달한 혐의로 이모(29) 씨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이들 일당에게 속아 기존의 고리 대출금은 물론 이들의 범행으로 새로 받은 대출금과 이자까지 갚아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햇살론 등은 시중 금융기관에 확인전화 뒤 대출을 진행해야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인터넷의 조건 만남 사이트에 들어가 전화하면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돼 저장된 전화번호가 해킹되므로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중국 총책 등 미검자의 뒤를 쫓는 한편, 이들과 같은 보이스피싱·공갈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 경찰서와 공조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