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윤종구 부장판사)는 31일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가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 회장은 한화에 89억66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임죄 성립요건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은 다르다"며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도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화S&C 주식을 자신의 장남 동관씨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주식가치를 저가로 평가하도록 지시해 ㈜한화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한화S&C 주식 1주당 가치가 적어도 2만7517원에 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실제 거래된 가격 5100원과의 차액만큼 김 회장이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김 회장은 한화 이사로서 객관적인 정보를 이사회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그가 거래의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경영기획실을 통해 이를 주도했고 동관씨는 매수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해서는 "주식가치 산정 과정에 다소 오류가 있었고 삼일회계법인의 독립성에 일부 왜곡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한화 이사들인 피고들이 임무를 게을리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한화는 2005년 이사회를 통해 한화S&C 주식 40만주(지분율 66.7%)를 동관씨에게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동관씨는 알짜 IT기업 한화S&C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김 회장의 지시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이 주식 매각을 주도했고, 삼일회계법인이 경영기획실 의뢰를 받아 주식 가치평가를 맡았다.
검찰은 주식을 저가 매각해 한화에 899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11년 김 회장과 남모 한화 대표이사, 김모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공인회계사를 재판에 넘겼고, 이들은 형사재판에서 1심과 상고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 등 한화 전·현직 임원 8명을 상대로 한화에 손해를 배상하라며 별도로 민사소송을 냈고 법원은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