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적 자위권…말할수록 후퇴하는 韓 입장

윤병세 "전범국가 일본, 실질적 의미 없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 유엔헌장 상 일본이 전범국가로 분류되냐는 질문에 "아직 적국조항이 남아있지만 실질적 의미가 없다. 법률적 의미로서 조항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과거 샌프란시스코 조약 등에 의해 여러 국가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인정해버린 사실이 있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같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앞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유엔헌장에도 나온 보통국가로서 갖춰야 할 권리중 하나"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윤 장관은 일본이 보통국가인지 전범국가인지에 묻는 질문에도 "과거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단순화해서 답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같은 답변태도에 의원들 사이에서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사실상 용인한 게 아니냐'는 추궁이 나오자 윤 장관은 "우리 정부는 '용인이다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 "집단 자위권 등을 통한 일본의 재무장이 마치 (우리에게) 필요한 것처럼 들리는 말(심재권 민주당 의원)"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과거 미일 차원에서 집단적 자위권이 맨 처음 논의됐을 때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후퇴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1997년 일본이 주변사태법(일본 주변 지역에서 미국·일본의 군사 협력 방안을 규정한 법률)을 제정할 당시,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조건으로 내걸었었다.

당시 국방부 전쟁법해설서는 "일본의 한국 전투지역 진입은 확전의 가능성이 있어, 일본을 포함한 제3국의 한반도 개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서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었다.

일본이 유엔 헌장에 적국으로 분류된 것도 2차 대전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고 따라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서는 보통국가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인데, 우리 정부는 97년과는 달리 "일본이 과거사에 분명히 사과를 해야 집단적 자위권 확보 등 보통국가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

윤 장관은 특히 이날 국감에서 "2차 대전 적국들이 큰 문제없이 회원국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독일을 예로 드는 등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하며 유럽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독일과 과거사 왜곡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을 같은 차원에서 해석했다.

더욱이 미·일 양국이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추인한 것은 97년 상황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지만, 정부의 입장은 오히려 소극적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감장에서 "이게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인가. '외국눈치부'다(정청래 민주당 의원)"라는 비아냥이 나온 배경이다.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전략적 모호성이 있을 수 있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겠지만 분명할 땐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동의 없이 행사될 수 없다"며 "일본의 방위력과 안보역할 증대가 우리 안보와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등 이런 것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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