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이 조선반도핵문제를 산생시킨 근원인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를 행동으로 실증해보이지 않는 한 우리가 회담재개를 위해 일방적으로 한발자국도 먼저 움직이는 일은 꿈에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지난 27일 한 행사에서 북한을 "자기 주민의 삶을 더 낫게 하려는 투자는 하지 않고 살상을 위한 미사일에 부족한 자원을 투입하는 불량국가"라고 지칭하며 "이런 나라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한 데 대한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특히 "미국이 우리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한 날강도적인 요구들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고집하고 있는 자체가 회담재개를 가로막으면서도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한미는 그동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6자회담 대화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었는데, 북한의 이날 언급은 여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앞서 중국 측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측 카운터파트인 글린 데이비스 수석대표를 만난 뒤 "6자회담 재개에 자신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측으로부터 일부나마 '사전조치 이행 약속' 받아들고 미국에 간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품었었다.
하지만 북한의 이날 발표로 희미하게 지펴지던 6자회담 재개 낙관론에는 다시 한번 찬물이 끼얹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종의 탐색전을 벌인다는 측면에서 관련국들의 논의는 계속돼야 하지만, 한미는 최근 6자회담 관련 논의에서 그간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대화재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