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민주당 정권'의 연장을 위해서는 한배를 타야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동반 하락하는 모양새다.
미국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4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56%에 비해 10%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 국무장관 취임이후 처음이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29%에서 33%로 올랐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이 하락한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무장관으로서의 '초당파적' 이미지가 탈색되고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후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피터 하트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힐러리는 더이상 국무장관이 아니다"라며 "기존 지지층의 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풀이도 있다.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을 '한묶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2%로 집계돼 두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사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 시리아사태 대응,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의 이행 차질 등 다양한 국정운영 난맥상이 결합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클린턴 전 장관 자체의 '상품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만 65세)이기도 하려니와 중앙정치에 너무 오래 머물러온 탓에 식상한 이미지를 주는게 문제라는 얘기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18∼34세 사이 젊은 유권자 사이의 지지율이 15% 포인트(53→ 38%) 하락했고, 무당파층의 지지율도 11% 포인트(46→35%) 떨어졌다. 자당인 민주당 당원들의 지지율도 88%에서 76%로 무려 12% 포인트나 내려갔다.
그러나 여전히 공화당의 잠재적 주자들에 비하면 힐러리는 '독주체제'를 구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공화당의 유망주자로 평가되는 크리스 크리스티(51) 뉴저지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42·텍사스)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각각 33%와 19%에 그쳤다. 특히 크리스티 주지사의 경우 26%가, 크루즈 의원의 경우 35%가 '의견이 없거나 이름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클린턴 전장관을 모른다는 응답은 1%에 그쳤다. '정치적 존재감'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기간이었던 지난해 11월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2기 행정부 때도 계속 국무장관으로 일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는 비화가 새로 출간되는 'HRC(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약자): 국가비밀과 힐러리의 재탄생'이라는 서적에 실렸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아니다. 이제는 공직에서 떠나야 할 때"라며 정중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이 서적은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의 조너선 앨런 기자와 의회전문지인 에이미 파른스 기자가 공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