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에서 먼저 이름 날린 ‘KOREA NO.1’ 전광인
2011년 대학생 신분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후 전광인을 상대한 국가의 감독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경기 후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어김없이 전광인을 지목했다.
194cm의 전광인은 배구선수치고 키가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경쟁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신장을 스피드로 만회한다. 빠른 스피드가 파괴력 넘치는 전광인표 스파이크의 원동력이다. 더욱이 탄력은 ‘갈색 폭격기’ 신진식 삼성화재 코치보다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몸무게가 83kg으로 무겁지 않은 덕분에 서전트 점프는 무려 90cm에 달한다. 최고 타점은 가뿐하게 3m를 넘는다. 국내선수라기보다 외국인 선수에 가까운 엄청난 높이다.
지난 6월 일본과의 월드리그 경기 도중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공격은 사실상 전광인이 홀로 책임졌다.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대신해 대학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단 전광인이 간판 공격수의 역할을 맡았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득점 랭킹 7위에 오른 전광인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은 3년 연속 월드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이뿐 아니라 2014년 폴란드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도 맹활약하며 8년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이끌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출전했던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는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10년만의 결승 진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3년의 전광인, 프로무대의 출발선에 서다
고교시절과 대학무대는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전광인은 2013~2014시즌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일찌감치 큰 주목을 받았다. 결국 전광인은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시즌을 최악의 부진 끝에 최하위로 마친 한국전력은 발 빠르게 신영철 감독을 영입하며 팀 체질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전광인의 가세는 ‘천군만마’와 다름없었다.
신영철 감독은 “전광인은 운동선수가 갖춰야 할 성실함은 기본이고 배구선수가 갖춰야 할 점프력과 파워, 스피드까지 고루 갖춘 선수”라고 호평했다. 이어 “서브 캐치는 아직 미흡하지만 센스가 좋아서 공을 찾아 들어가는 수비 능력은 괜찮은 편이다. 지금 프로에서 수준급 선수로 평가되는 문성민이나 김요한(LIG손해보험), 김학민(대한항공)보다 수비는 더 낫다”고 평가했다.
신영철 감독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광인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아직도 나는 많은 것이 부족한 선수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왜 이런 것들이 이제 와서 느껴지는지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 입성에 대한 각오는 다른 신인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는 미흡할 수도 있지만 같은 무대에서 활약하는 프로선수인 만큼 나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 때와 달리 프로는 잘하는 선수들만 코트에 나갈 수 있는 만큼 뭐든지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이제 막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 전광인이지만 신영철 감독은 오래 전부터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대학시절부터 이리 이름을 날린 공격수였던 만큼 프로 감독들의 관찰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신 감독은 전광인을 영입대상 1호로 꼽은 뒤 더욱 세밀하게 분석했다.
신영철 감독은 전광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제적이지 못한 배구’를 꼽았다. 경기 도중 불필요한 동작이 많아 급격한 체력 소모가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로 전광인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1, 2세트에 뛰어난 활약을 하다가도 3세트가 되면 급격한 체력 저하를 수 차례 노출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광인이는 배구 스타일이 얌전하지 않다. 움직임이 많다 보니 체력 문제가 오는 것”이라며 “몸이 아니라 눈과 발로 할 수 있는 배구, 효과적인 배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광인도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세터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속도와 위치로 공이 토스될 경우 강력한 스파이크로 연결하는 반면, 자칫 자신의 스피드와 맞이 않는 위치에 공이 올 경우 과도하게 몸을 뉘어 때리기 때문에 어깨와 허리 고관절 부위에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서브 역시 독특한 그의 자세가 잠재적으로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 전광인은 “예전부터 지적을 받았던 부분이라 항상 인지하고 있다. 몸에 무리가 많이 오는 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고쳐야 한다”고 답했다.
신영철 감독은 “오랜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네트에서 가장 먼 지점에서 공을 때리는 서브 동작이 나아지면 스파이크는 자연스럽게 고쳐진다”고 서브 동작의 변화를 주문했다.
또 “스윙이나 점프는 수준급이지만 프로는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놓은 곳이기 때문에 대학 때보다 공을 보는 눈을 더 길러야 하고 블로킹도 더 높아져야 한다. 전처럼 힘으로만 하는 배구가 아니라 리듬을 타고 창의력 있는 공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변하지 않는 배구선수 전광인의 꿈
배구선수 전광인의 최종 목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레프트 공격수의 특성상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내야 하는 그는 두 분야 모두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느 자리에 투입되더라도 빈틈이 없는 선수가 되는 것이 욕심 많은 전광인의 꿈이다.
그래서 롤 모델도 공격수가 아닌 리베로 여오현(현대캐피탈)이다. 전광인은 "포지션은 다르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코트 안팎에서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고 배우고 있다"고 했다. 선수로서 자극을 주는 선수는 역시 문성민이다. 전광인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성민이 형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멀리 내다보는 전광인은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왕도 크게 욕심내지 않고 있다. 대신 한국전력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려놓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그는 “어느 시합을 뛰던지 우승이 하고 싶다. 어차피 코트 위에서는 다 같은 선수인 만큼 다 한번씩 이겨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러자 신영철 감독이 한 마디 거들었다. “올 시즌 V리그 재미있을 겁니다. 한국전력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