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KT 이석채, 왜 더 이상 버티지 못했을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KT 이석채 회장이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아프리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하루만인 어제(3일) KT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사의를 밝힌 뒤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퇴압박을 받았지만 친박계 좌장격인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등을 영입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석채 회장이었지만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비롯한 정권차원의 전방위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KT 이석채 회장, 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퇴했을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KT 이석채 회장이 사퇴한 이유는 뭐냐?

서울 광화문 KT사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표면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표면적인 이유는 이석채 회장이 전체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잘 나타나 있다.

이석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일련의 일로 저는,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서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제가 부덕했던 탓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여러분"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일련의 일'이란 검찰수사와 계속되는 사무실과 임직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는 건 자리를 지키려 할 경우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건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걸 시사하는 동시에 그만큼 압박이 거셌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아프리카 출장을 포함해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설명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서 자의에 의해 사퇴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 외에 다른 이유는 뭐냐?

이석채 회장. 자료사진
= 검찰수사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정부당국자와 통신업계관계자, KT내부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검찰수사도 수사지만 회장으로서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치된 분석이었다.

KT의 한 임원은 "회사가 정말 안 돌아가더라, 뒤숭숭해서 일도 안 되고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회사를 뒤집어 놓았는데 더 버티는 건 도리가 아니다 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장으로서 사업을 이끌어 가는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KT로서는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이 회장이 누굴 만나거나 일을 추진하려고 해도 '곧 그만둘 사람이 뭘 그런걸 하느냐?'는 그런 취지의 반응이 돌아왔다는 얘기다.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과 계속되는 압박수사로 인해 직원들의 동요가 큰데다 회장으로서 운신하기도 힘든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그런 분석이다.
참여연대에서 고발한 배임혐의 외에도 비자금 조성 등 개인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확대되면서 백기를 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이석채 회장의 자택뿐 아니라 전 현직 비서팀장과 이석채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김일영 사장의 자택도 포함이 돼 있다. 계속 버티던 이석채 회장이지만 이런 전방위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는 게 처음은 아니지 않나?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그렇다. 이석채 회장은 PCS 사업허가와 관련해 구속 기소됐던 경험이 있다.

정통관료 출신인 이석채 회장은 김영삼 정부시절 정통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하면서 실세 중에 실세로 꼽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PCS특혜의혹 수사도중 미국으로 3년 정도 도피했다가 귀국해 구속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번에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지만 배임혐의가 핵심이어서 이 회장의 평소 언급대로라면 버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수사를 받는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겠지만 정말로 결백하다면 버텨서 이겨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석채 회장을 잘 아는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의를 표한 것은 검찰수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석채 회장의 사퇴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냐?

= 그렇지는 않다. 사실 이석채 회장의 사퇴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거론되었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KT 회장을 맡아왔고,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2015년 3월까지가 임기다. 그런데 연임을 전후해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고 지난해 대선과정에서도 이석채 회장이 언제까지 근무할 것인지 설왕설래 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KT 사장 후보에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유력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 얘기는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 구체적으로 나돌았고 공기업 사장 물길이설이 나올 때마다 이석채 회장의 진퇴가 거론됐다.

임기가 남았는데도 이석채 회장의 교체설이 나돌았던 이유는 KT 회장자리가 매력(?)이 넘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석채 회장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으로 KT회장이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0월 사퇴하지 않고 버티던 KT 남중수 사장은 배임 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직후 자진 사퇴했다. 남 전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남 전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취임해 한 차례 연임까지 했으나 정권이 바뀐 직후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석채 회장이 걸어가는 길이 남중수 전 사장과 매우 유사하다.

주목할 점은 남 전 사장이 물러난 KT 사장에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윤창번 전 하나라로 텔레콤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KT이사회는 경쟁사 임원은 2년 이내에는 KT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정관까지 고쳐가면서 이석채 회장을 사장으로 선출했다.(당시 이석채 회장은 SKC&C 사장이었음) 정권차원의 배려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이석채 회장을 강력히 밀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석채 회장이 임기가 남은 남중수 전 사장을 밀어내고 낙하산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KT회장 자리는 권력에서 마음대로 밀어내고 원하는 사람을 앉히는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KT CEO자리는 낙하산으로 임명되면 그 순간부터 안팎의 도전에 시달리게 되는 자리가 된 것으로 이석채 회장의 사퇴는 시기만 남았을 뿐 예정됐던 일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사실 이석채 회장은 퇴진압박에도 버티기를 했던 것 아닌가?

자료사진
= 그렇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석채 회장은 연임을 전후해서 그리고 새로운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서 퇴진압박을 받아왔지만 버티기로 일관해왔다.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부터 교체설이 나돌면서 사퇴를 압박하자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을 비롯해 김종인 전 공동선대위원장, 김병호 전 캠프 공보단장 등을 회사 고문과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이른바 권력형
보험가입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지난 8월 말 청와대에서 이 회장에 대해 사퇴를 종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이석채 회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 사퇴설'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당시의 보도내용은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과 "이게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걸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석채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주파수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장수(將帥)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했고 이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청와대는 사퇴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그렇지만 참여연대에서 올 2월에 이어 지난달 10일 이 회장에 대해 두 번째 고발장을 내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KT와 이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이 회장이 계속되는 퇴진압박에 맞서서 버텨왔지만 전방위 압박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가 "이석채 회장이 두어 달 전에만 사의를 표명했더라도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 수석도 지냈고 장관까지 한 사람이 왜 그렇게 버텼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바뀌는 것이냐?

= 사실 그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경쟁중인데 1위인 SKT와 3위인 LGU+는 주인이 있는 사기업이어서 보호(?)를 받는 반면 2위인 KT는 정권교체 때마다 이런 홍역을 겪는 것이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기업경쟁력 측면에서도 엄청난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다.

KT는 공기업으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정부지분이 한 주도 없는 주식회사로 민영기업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KT를 정권을 잡으면 쟁취하는 전리품으로 여기고 있다. 연간 20조에 가까운 매출에(2012년 18조 8천억원 매출) 자산규모 32조로 재계서열 15위의 대기업이 주인이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KT지분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9.98%(2013년 10월 현재)로 최대주주이고 자사주 보유
6.6%, 브랜디스인베스트 5.24% 등을 보유하고 있어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KT에 낙하산 인사가 36명이라고 지적을 했는데 정권을 잡으면 고문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대선캠프 출신들을 챙길 수도 있고 각종 행사 협찬이나 지원을 받기도 용이하다.

그러니 정치권이 이를 쉽게 놓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KT나 포스코는 CEO리스크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책은 없는 거냐?

= 사실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차원에서도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아직은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하루빨리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주인이 없다보니 정권이 바뀌면 권력의 입장에서는 전리품으로 생각해서 논공행상을 하려고 하는데 그런 일을 원천적으로 없애려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이 KT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이 전신인데 노태우 정부당시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SK에 기업을 넘겨주면서 특혜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렇게 KT도 그렇게 주인을 찾아주면 된다는 것이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5년마다 되풀이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는 얘기다.

KT의 한 임원도 "근본적으로 KT가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재계서열 15위의 회사를 누구에게 넘겨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엄청난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재계서열 10위권 이내의 기업이 인수할 경우 재계서열이 바뀔 수도 있다.

다른 대책은 어차피 정권교체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면 차라리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거나 아니면 2년 반씩 연임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얘기다. 정권과 임기가 같으니까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CEO리스크는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반 사기업에서도 오너가 아닌 CEO는 실적만 받쳐주면 4~5년 정도 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그런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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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석채 KT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입니다.
오늘 저는 이사회에 kt대표이사, 회장직의 사임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안에 후임 CEO를 선정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근 일련의 일로 저는,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회사가 마비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제가 부덕했던 탓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여러분.

지난 4년동안 저는 kt의 성과가 곧 대한민국의 성과이며, 투명하고 혁신적인 회사로 kt를 거듭나게 하는 것이 제 인생의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하고 임해왔습니다. 급변하는 시장과 험난한 경쟁속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함께 노력해 주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합니다.

재벌이 아닌 기업도 치열한 전장에서 당당히 겨뤄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여러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지금 kt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뚝 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IT시스템의 혁신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글로벌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던 때에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돼 회장으로서 참담한 마음과 함께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사회에서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저는 모든 혼과 힘을 기울여서 중요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후임 CEO께서 개선된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마무리하겠습니다. kt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저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물러나는CEO로서 저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경쟁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kt가 많은 혁신을 이뤄왔지만, 현재 우리의 사업과 인력구조로는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통신산업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구리선에서 브로드밴드로,
통신이 아닌 IT 컨버전스 위주로 바뀌었습니다. 네트워크만 잘 깔면 고객이 모이던 시절에서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 국내에 머물면 죽고 글로벌로 나가야 활력을 찾는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우리 현실을 보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 5천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이와 같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갭을 줄이지 않으면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경영성과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적극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죽는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비상한 각오로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인다는 근원적인 개선을 올해안에 이뤄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내에 폐지하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기여해주셨던 고문님들과 자문위원님들께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뜻과 죄송하다는 마음, 함께 표합니다.

한편 우리는 서비스 위주의 기업이 되기 위한 추가적 인력 보충을 고려해야 합니다. 여성중심의 인력보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같은 일들을 하기 위해선 배당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사회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LTE 투자와 BIT 투자사업이 완료되어 내년도 투자소요는 현재 4조원대에서 3조원대로 조정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되면, kt의 경쟁력과 수익력은 내년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어 kt가 꾸준히 추진해온 글로벌 진출 기회가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드릴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 시도를 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르완다에서 개최된 TAS(Transform Africa Summit) 기간중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됐습니다.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은 해당 정부와 함께 초고속 정보화 고속도로를 만들고 운영할 뿐 아니라 그 고속도로 위를 가득 채울 가상재화, 솔루션 등 화물도 개발해내는 일명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입니다.

이 화물은 e-learning, e-health, e-agriculture, Smart City 등 IT를 활용한 지식산업의 진수들이며,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식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그들의 경제 사회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통신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접근방법으로, 성공적 경제개발을 간절히 바라는 아프리카에 kt와의 협력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8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가 건설한 초고속 정보망이 얼마나 빠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실히 보여주었고, 전시회를 통해 kt의 역량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kt와 협력해 나가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했습니다. kt와 협력한다는 것은 기존 사업권자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 사회 발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정상들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의 요청으로 저는 귀국길에 케냐에 들러 르완다와 같은 ‘두 개의 수레바퀴’모델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르완다 대통령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간다 대통령도 11월 초 미팅을 요청해 왔습니다.

TAS기간중 공동마켓을 형성하기로 정상간에 합의한 르완다, 케냐, 우간다와 남수단이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을 적용할 경우 단순한 통신업이 아니라 우리 한국의 지식산업이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고, 우리는 1억명 시장에 진출하게 됩니다.

서부 아프리카 지역도 동일한 요청이 있었습니다.이것이 성사된다면 우리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서부까지 관통하는 초고속 정보망을 건설 운영하게 됨은 물론, 이 고속도로 위를 달릴 지식산업은 kt 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꽃피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물은 kt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다른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전체의 지식산업이 세계로 웅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일부는 kt의 몫이 될 것입니다.

또한 르완다 대통령은 ICT를 활용해 르완다의 핵심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kt주도로 연구, 보고해줄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물론 유상입니다. 이러한 정도로 kt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은 가난을 딛고 경제입국을 이뤄낸 한국 기적의 비결을 전수받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하나하나 다져서 계속 진출해야 합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유상건설, 상품 수출의 형태로 지출했던 한국이 전혀 다른 형태로 아프리카의 미래에 기여함을 의미합니다.

이미 kt는 DJSI 3년 연속 1위 선정 뿐 아니라 ITU및 GSMA등 국제기구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다 여러분들 노력 덕분입니다. 이번에 아프리카 정상들이 감명을 받은 것은 직원 여러분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도 밤잠을 자지 못하고 눈물과 땀으로 전시회를 준비해준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프리카에서 다시 입증된 kt만의 저력, 르완다의 고위관료들이 극찬할 정도의 올바른 매너와 태도,그리고 뜨거운 열정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잠재력을 보여 준 여러분들에게 고개숙여 고맙다는 뜻을 전합니다. 그러한 여러분들과 함께 일했다는 사실은, 지난 4년 저를 지탱해 준 자신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우리 kt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몇 안되는 대한민국 기업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류 회계법인의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서 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한 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그동안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기업이 되도록 우리는 뼈를 깎는 혁신을 해 왔습니다.

그간의 일들로 여러분들이 공들여 만든 회사의 이미지가 피해를 받은 점 가슴깊이 사과드립니다. 땀과 눈물로 일궈낸 kt의 역사가, 여러분들의 자부심이, 이번 일로 인해 더 이상 상처를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 급여도, 처분이 지극히 제한되는,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습니다. 저는 전임사장의 급여체계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저는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제 남은 모든 에너지를 다해 kt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kt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임직원 여러분, 노동조합 간부 여러분, 어려운 가운데 kt의 사외이사를 맡아주신 이사님 여러분, 그리고 주주 및 고객 여러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013년 11월 3일

KT회장 이석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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