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 여행사가 일반 고객에게 자신의 상품을 알리는
길은 신문광고가 거의 유일했다.
이왕 비싼 신문광고 지면을 쓰는 거, 좀 멋지게 회사의 장점도 알리고 자사 여행상품의 특징 같은 것들도 예쁘게 담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대부분 여행사는 그렇지 못했다.
'여행상품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신문광고를 만들다보니 상품의 특징보다는 '누가 더 값이 싼가'를 가지고 경쟁적으로 내기를 했던 것이다.
고객은 분명히 29만9000원 상품을 보고 전화를 했는데, 상담자와 통화 과정에서 '그 날짜는 마감이 되어서 몇 만 원이 추가되는 다른 날짜를 택하시라', '여기에 불포함 내역이 무엇 무엇인데, 이것도 함께 입금해주셔야 한다'는 안내에 따라 예약을 진행하다보니 상품광고에 표기된 29만9천원의 두 배가 훌쩍 넘어버리는 웃지 못 할 경우도 생긴다.
여행사가 광고하는 상품 가격을 그대로 믿어버리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여행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짜 여행상품 가격은 어떻게 알아보면 될까? 29만9000원이라는 가격 표기 속에 숨어있는 1인치는 어떻게 찾아내면 될까?
먼저 담당자와 통화하기 전에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문광고에서는 확인하기 힘든 '포함사항'과 '불포함사항'을 살펴야 한다.
패키지여행의 경우 신문광고에 노출시키는 상품 가격에는 공항이용료를 포함한 택스(전쟁보험료, 문화관광진흥기금) 등 대부분의 비용을 포함시켜 광고하게 되어 있다.
포함사항에 택스는 들어 있는지, 가이드 팁은 강제사항인지 권유사항인지, 식사는 모두 포함된 것인지(내역 중 '자유식'으로 표기한 것은 밥을 개인이 사먹으라는 얘기다) 등을 살피자.
불포함 내역 중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일단 유류할증료다. 국제유가에 따라 항공료 인상분에 대한 차액을 받는 유류할증료는 법적으로도 불포함 내역에 표기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유류할증료가 정확히 얼마라고 공표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항공사와 노선별로 모두 다르다), 일부 속 검은 여행사들은 여기서 2만~3만원 정도 장난을 치기도 한다. 상품가는 타사 대비 2만원 저렴해 보이는데, 유류할증료에서 2만원을 더 받아버리는 것.
공통경비라고 되어 있는 부분도 잘 살피자.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납득이 가능한 생수값(유럽여행에서)이라던가, 운전기사 수고료 등이야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당연히 여행 상품에 포함되어 있어야 할 관광지 입장료나 유람선 승선료 등을 공통경비에 포함시키는 편법을 쓰는 여행사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여행사들이 이렇게 편법을 쓰게 만든 것이 우리 고객들이라는 사실이다.
29만9000원이라고 표기된 여행상품에는 실제 내는 돈이 얼마가 되던 전화와 예약이 몰리고, 아예 처음부터 모든 가격을 포함시켜서 49만원이라고 광고하는 여행상품에는 하루 종일 전화 한통 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까 말이다.
소비자가 많이 똑똑해진 시대다.
터무니없이 싸다고 선택해서 떠난 여행일수록 현지에서 수시로 '삥 뜯기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 일정에 이 가격이 합당한지, 지나치게 싼 상품에 숨어 있는 1인치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