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는 이날 오전 헬기를 타고 수도 카이로 동부 외곽 경찰학교에 마련된 임시 법정에 도착해 첫 공판을 받았다고 관영 메나통신과 국영TV가 보도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8일 열린다.
이날 법정에는 무슬림형제단 간부 에삼 엘에리안 등 지도부 14명도 피고인으로 함께 출석했다.
무르시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는 경찰학교는 군인과 경찰의 경비가 삼엄한 시설로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실각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재판을 받은 곳이다. 무바라크와 달리 무르시에 대한 첫 공판은 TV로 생중계되지 않았다.
무르시는 지난해 12월 대통령궁 앞에서 무르시 지지·반대파가 충돌해 최소 8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살인과 폭력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르시는 또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으로 혼란한 틈을 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도움을 얻어 교도소를 탈옥한 혐의도 있다.
이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무르시는 최대 종신형 또는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고 일간 알아흐람은 전망했다.
그러나 무르시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재판 자체를 전면 거부했다.
무르시는 "나는 여전히 정통성을 지닌 이집트 공화국의 대통령"이라며 "이 재판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군사 쿠데타이다. 쿠데타 주역들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 쿠데타는 반역죄이자 범죄"라고 강조했다.
법정 소란으로 재판이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무르시가 법정에 나타나는 순간 무슬림형제단 출신 피고인들이 손뼉을 치고 "군부 통치 반대" 구호를 반복해 외치자 해당 판사가 1시간가량 재판 진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무르시가 재판 개시 직전 죄수복 착용을 거부하면서 2시간 정도 재판이 늦게 시작됐다.
이날 재판이 끝나고 나서 무르시는 헬기로 지중해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한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한 보안 소식통은 말했으나 무르시가 카이로 남부 토라교소로 옮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무르시는 자신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이집트 법원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지지자들에게 밝혔다.
친군부 성향의 현지 일간 엘와탄은 전날 구금 상태의 무르시가 운동복을 입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무르시가 "나는 집회 참가자를 살해한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르시가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면서 유혈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르시 지지자들의 집결을 이끌어 군부 반대 시위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쿠데타 반대 연합'은 이날 전역에서 무르시 복권을 촉구하고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카이로 남부 헌법재판소 주변과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무르시 고향 엘샤르키아 등에서는 오후에도 군부 반대 시위가 지속했다.
재판이 열린 경찰학교 주변에는 무르시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무르시 석방을 촉구했다. 이곳에서 수십명이 뒤엉켜 몸싸움하는 장면도 현지 TV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이집트 과도정부는 경찰학교 주변에 경찰력 2만여명을 배치하고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이집트 당국은 또 무르시에 대한 재판 장소를 재판이 시작되기 하루 전 갑자기 바꿨다.
무르시 지지파가 당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유혈 충돌 위험성이 커짐에 따라 시위의 기세를 꺾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부르킹스도하센터의 중동 전문가 샤디 하미드는 "무르시의 법정 출석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확실한 동력을 제공해 새로운 시위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무르시는 지난 7월3일 군부에 의해 쫓겨난 직후 카이로 외곽의 비밀장소에 구금됐고 이후 공식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이집트에서는 무르시 축출 이후 그의 복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이를 군경이 강경 진압하고 무르시 찬반 세력이 유혈 충돌을 빚으면서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