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대규모 반미시위…"수년만에 최대 규모"

美대사관 점거 34주년 맞아 보수진영 결집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 34주년을 맞아 4일 테헤란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수천명의 시위대는 이날 테헤란 시내의 옛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의 반미·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의 대다수는 학생들로 일부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인형을 들고 있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올해 시위는 서방과 화해를 표방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불만을 품은 보수 진영이 결집을 호소하고 나서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최근 수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낙선해 중앙 정치 무대에서 한발 물러선 강경 보수파의 사이드 잘릴리 전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란 국민은 34년 전 미국 대사관이 간첩과 폭동 선동의 거점이라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TV가 생중계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오늘날 미국의 우방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항의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도청 파문을 비난했다.

실제 옛 미국 대사관 건물 인근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휴대전화를 든 모형이 설치됐고, 일부 시위대가 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모형에는 '제재에 저항한 결과 이란에는 1만8천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라는 문구가 씌였다.

이란의 대학생들은 미국이 팔레비 전 국왕의 망명을 허용하자 1979년 11월 4일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고 직원 52명을 붙잡아 444일간 인질극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외교 관계는 단절됐고, 이란에서는 매년 이 사건 발생일을 전후로 대규모 반미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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