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진단은 ‘손목터널증후군’.
최 씨는 “플로리스트라고 하면 아기자기하게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만드는, 여자가 갖기에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무거운 화분도 옮겨야 하고 봄철에는 화분갈이 손님도 많아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간다”며 “어버이날이나 졸업식 등에는 주문이 밀려 손목이 아파도 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애견미용사 박모(31, 여) 씨는 몇 달 전 운영하던 샵을 정리했다. 심한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인해 더 이상 애견미용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개를 좋아하기도 하고 애견산업 전망이 좋다고 해서 전공과 상관없이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4년 전부터는 직접 샵을 운영했는데 하루 평균 5~8마리 정도 애완동물 미용을 하다 보니 손목이 완전히 망가져 버려 가위조차 들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손목이나 어깨 등에 질환이 생겨 5년도 버티지 못하고 샵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로 50대 여성과 임산부에게 많이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젊은 층의 경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할 경우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하루 종일 손과 팔을 써야하는 일을 가진 이들에게는 ‘직업병’이다.
헤어디자이너, 악기연주자, 요리사, 운동선수, 마사지사 등이 이에 속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정확한 명칭은 수근관증후군으로, 손목의 뼈·인대가 있는 터널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 증가로 인해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해 손가락과 손바닥, 팔이 저리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어깨·목까지 결려 일상생활이 불편해진다.
연세무척나은병원 어깨/상지센터의 손경모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엄지손가락의 감각이 저하되고, 엄지손가락 아래 엄지 두덩 근육의 위축과 퇴행·변화를 가져와 서서히 손의 힘이 약해지는 등 운동마비 현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면서 “증세가 심할 경우에는 관절내시경과 같은 수술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절내시경은 1cm가량의 작은 절개부위에 내시경을 삽입, 신경을 압박하는 요인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시술로 기존 수술과는 달리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바로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해 환자들에게는 부담이 적고 만족도가 높은 치료법이다.
손경모 원장은 “손목터널증후군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까지 이어지지 않고 물리치료, 재활운동, 주사치료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므로 손목에 통증이 있으면 참거나 가볍게 여기지 말고 특화병원을 찾아 진단받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