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을 계기로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추진했지만, 이 의원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사건에 대해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법부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즉각적인 대책을 보류한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일 법무부가 보고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이 전격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다”라는 반응이 많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진보당이 추구하고 있는 정당 정책 등이 과연 민주 사회에 반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든다"며 "예를 들어 이석기 의원의 RO(지하조직) 사건 같은 게 당 차원의 일이냐, 아니면 외부조직의 일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고 전했다.
이 판사는 이어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이례적이다"라며 "법무부에서 청구 추진한다고 하기에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진짜 청구를 한다니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로는 지난 1950년대에 독일에서 나치당의 후계자로 지목된 사회주의제국당(SRP)과 독일공산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통합진보당의 강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 △ RO의 내란 음모 등이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추종 등이 헌법의 자유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위배한다며 심판 청구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련자(이석기 의원)가 잘못하면 법으로 처벌하면 되지 소속된 정당 자체에 대한 해산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석기 의원이 이제 기소가 돼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인데 미리 정부에서 미리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내겠다는 것은 국정원 사건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건개입 의혹 사관과 관련해 '사법부 판단을 지켜본 후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과는 전혀 다른 강경책 일색이라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또 "통진당의 당헌·강령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상충되는 게 있었다면 RO사건 이전에는 왜 문제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립대 이상경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에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있듯이 이념이 다른 정당도 극단적으로 민주주의들 반하지 않으면 인정해야 한다"며 "진보당이 위헌정당이면 이석기 의원과 무관한 의원들과 당원들도 모두 '주사파'로 규정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부에서 해산 심판 청구뿐 아니라 국회의원직 상실 결정 청구 및 각종 정당활동 정치 활동 가처분 신청 절차도 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되레 민주주의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국민의 선택에 따라 당선된 국회의원과 정상적인 활동을 해온 당원에 대해 정부가 미리 재단하고 활동을 막겠다는 것은 비(非) 민주적인 행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