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안을 통과시켰다.
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이날 통과된 청구안을 재가하면 법무부는 곧바로 헌재에 해산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 법무부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되는 나라' 등 통진당 강령은 헌법 위해 판단"
정당해산심판은 헌법재판소의 주요 권한 중 하나로 어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이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 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정부의 청구에 의해 그 정당을 해산할지 판단하는 절차다.
헌법 제8조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도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월 6일 국민수 법무차관 직속으로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TF팀'(팀장 정점식 검사장)'을 구성해 두 달 동안 법률 검토를 했다.
TF팀은 '노동자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돼야한다'는 통진당의 강령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인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은 철수하라'는 강령 역시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해온 북한의 통일 강령과 일치한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구안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이어서 국내에서는 준용할 사례가 없는 상태이다.
다만,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8년 죽산 조봉암 선생이 이끌던 진보당이 공보실에 의해 정당등록이 취소되고 행정청 직권으로 강제해산된 적은 있다.
◈ 새누리 "헌법과 법률 무시하고 집행 방해하는 정당은 헌법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처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심판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여당은 환영했지만 당사자인 통합진보당은 크게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헌법과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부의 후속 절차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일호 대변인은 "아무쪼록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다시 굳건히 수호해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집행을 방해하는 정당은 헌법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강령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이 내란음모, 국보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기소된 단체”라며 헌법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반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이날 서울 대방동당사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진보당을 제거하려는 음모"라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유신시대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무차별적인 종북공세와 내란음모 조작에 이어 진보당 해산시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행동들은 정통성 없는 정권, 부정으로 잡은 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유신시대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해산하고 긴급조치로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했던 어두운 과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망령을 불러들여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정의를 난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다소 중립적인 논평을 하며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우선 "어떠한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국체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유지돼야 하고, 모든 정당의 목적과 활동도 그 범주 내에서 보호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정당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는 민주주의 성숙도, 국민 눈높이, 선거제도의 올바른 작동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무회의 상정이나 처리과정이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나치게 조급히 처리됐다"고 과정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정의당은 통진당을 거들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헌법에 보장된 정당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민주주의 기본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신중을 당부했다.
이 대변인은 "정당의 존재유무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특정 정당의 해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표에 의한 심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