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구속·압색 돼도 끄덕없는 KT·포스코 주가

반복되는 수장 교체…시장은 '면역'

(자료사진)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회장 지난 3일 돌연 사의를 밝혔다. 사의 발표 다음날인 4일 KT 주가는 2.27% 하락, 3만4400원에 마감됐다.

주가가 빠진 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CEO리스크 때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3년동안 최소 주당 2000원을 배당하겠다는 과거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주가하락일뿐 이석채 회장 신상 변화로 인한 주가 변동은 아닌 것이라는 얘기다.

5년전, 남중수 회장이 물러날 때도 주가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남 전 회장이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결국 KT에서 물러났다.

남중수 회장 사임 당시인 2008년 11월 전후, KT의 주가는 10월 말 2만 950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내 12월 중순부터는 다시 3만9000원대로 올랐으며 1월 중순 이후로는 4만5000원대 이상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이 곤욕을 치루곤 했던 포스코의 경우도 CEO의 변화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준양 회장의 사퇴설이 불거지고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등 사퇴 압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포스코 주가는 8000~9000원 선에서 왔다갔다 하며 CEO리스크라고 할 만한 특징을 찾기는 어렵다.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됐던 이구택 전 회장도 이명박 정부 퇴진 압력설에 시달리며 세무조사 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결국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이 전 회장 사퇴한 2009년 3월 전후로 포스코는 그 해 2월 중순에 39만원 하던 주가가 2월 말 31만 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3월 중순 35만 원대로 회복세를 보였고 4월 중순에는 40만 5000원까지 오르며 CEO리스크는 없었다.

KT나 포스코나 정권의 외압설에 시달리며 5년마다 반복적으로 수장이 바뀌는 고초를 겪고 있지만 주가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철강산업이나 통신 분야 자체가 CEO 한 사람이 주가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글로벌 철강 시황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회장 교체에 따른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CEO 리스크가 크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KT나 포스코나 '오너'체제가 아닌 '전문 경영인'체제라는 데 있다.

KT의 경우는 정관 상 주주총회에서 CEO를 뽑게 돼 있다. 그러나 사실은 KT의 지분을 보면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중요 주주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시적인 주가의 영향은 없지만 수장이 정권 입김에 따라 바뀐다는 인식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전반적으로 낮게 평가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B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KT나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뀐다'는 일종의 면역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리스크로 시장에서는 이미 인지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 기업에서는 오너가 긴 시간을 보고 기업 끌고 가야 하는데 KT나 포스코는 단기에 CEO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주가 자체가 어느정도 저평가 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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