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대학생 동거에 개입' 지시 논란

터키 총리가 남녀 대학생이 한집에서 같이 사는 문제에 경찰이 개입하라고 지시해 정부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지난 3일 비공개회의에서 대학생의 동거를 지적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돼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 대변인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5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대학생의 동거 문제를 "내버려둘 수 없다"며 거듭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고 아나돌루 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런 곳(남녀 대학생이 함께 사는 집 등)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전부 뒤죽박죽으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보수적이고 민주적 정부로서 개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운영하는 대학생 기숙사는 남녀의 공간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75% 정도는 완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는 민간 주택에서 남녀 대학생이 동거하는 것과 관련한 정보를 정부가 갖고 있으며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녀 대학생이 동거하는) 아파트의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주 정부와 경찰은 이런 종류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 상황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치가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항변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부모들이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며 울고 있다"며 "이런 조치들은 부모들에게 정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란은 전날 일간지 자만이 에르도안 총리가 정의개발당 비공개회의에서 한 발언을 전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회의에서 데니즐리주에 기숙사가 부족해 남녀 학생이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는데 이는 보수적이고 민주적인 정부에 반하는 것이라며 주지사에게 사찰하라고 지시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공화인민당(CHP) 우무트 오란 의원은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사찰 지시는 인권과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나는 것인지, 사찰 방식은 경찰이 강제로 민간 주택에 들어가는 것인지 등을 따져 물었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뷸렌츠 아른츠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에르도안 총리의 발언은 기숙사를 증설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아른츠 부총리는 "대학생이 사는 민간 주택의 단속과 관련한 발언은 없었으며 민간 주택은 정부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나 하루 만에 에르도안 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거듭 강조해 거짓 해명이 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올해 들어 이슬람 성향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개인의 생활양식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반발이 거세졌으며 이는 지난 5월 말 일어난 반정부 시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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