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갑'에게 뇌물주고 '을'에게 뇌물받고?

전현 임직원 금품 수수 비리 반복

조선업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의 윤리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전 현직 임직원들의 각종 금품 수수 비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7월 국민들의 공분을 산 원전 납품비리로 임원만 3명이 구속될 정도로 곤욕을 치뤘다.

문제의 한수원 송모 부장의 집에서 발견된 6억 원 상당의 5만원 권 현금뭉치가 바로 현대중공업이 뇌물로 준 10억 원 가운데 일부였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부품을 납품하는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였다.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서울 사무소가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비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7-8개 협력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다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우조선 해양 비리를 수사한 울산지검의 수사이다.

검찰은 돈을 건넨 협력업체 7-8개 업체 중 1-2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금품수수 증거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 수수는 모두 2009년 이전의 것으로 현금이 아니라 수표나 계좌이체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돈을 받은 현대중공업 임직원 소환조사를 통해 금품 수수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는지, 회사의 어느 선까지 비리가 연결되어 있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구매사업 및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 업무와 관련된 임직원들로 전해졌다.

지난 7월의 원전 비리가 현대중공업이 아랍에미레이트 원전에 2천억원대의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 뇌물을 줬다면 이번에는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챙긴 것이다. ‘갑’에게는 뇌물을 주고 ‘을’에게는 뇌물을 받은 셈이다.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는 이미 비리가 만연한 곳이었다.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 내 임직원 25명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1년 동안 협력업체 7곳으로부터 25억 원을 받은 사실이 올초에 드러나 검찰에 고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고약하게도 협력업체에 납품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부서 유흥비 또는 접대비 등으로 사용했다.

문제는 이런 비리가 10년 이상 반복돼도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현대중공업이 임직원들의 금품 수수 비리를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축소하는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원전비리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비자금으로 백만원도 만들 수 없는 회사로, 관련 직원들의 금품 제공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차원”이라는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말은 이런 인식을 잘 보여준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2005년에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매년 전 직원들이 ‘윤리경영 실천서약서’를 쓸 정도로 윤리 경영을 강조하지만, 결국 금품 수수 비리의 반복을 막지 못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침에 따라 2002년 고문직마저 내놓으면서 전문 경영인인 이재성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데, 금품 비리의 재발을 막을 대책이 강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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