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 "보수언론과 옛 군사정권 협력관계"

군사정권 비밀문서 근거로 주장

아르헨티나 정부가 과거 군사독재정권과 보수언론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견된 비밀문서를 근거로 군사정권과 보수언론 기업인 그루포 클라린(Grupo Clarin)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주 공군 본부 건물에서 군사정권 시절에 작성된 비밀문서 1천500건을 발견했다. 이들 문서에는 군사정권 수뇌부의 회의 기록 280건과 실종된 민주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도 포함됐다.

이번에 정부가 제기한 의혹은 아르헨티나 최대의 신문용지업체인 '파펠 프렌사'(Papel Prensa)에 관한 것이다.

1969년 정부 포고령으로 설립된 파펠 프렌사는 1972년 아브릴(Abril)이라는 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1973년 은행가 다비드 그라이베르에 의해 인수됐다. 1976년 그라이베르가 의문의 항공기 사고로 사망하고 나서 그루포 클라린을 비롯한 보수언론 기업들이 파펠 프렌사의 지분을 나눠 가졌으며, 군사정권이 이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


현재 파펠 프렌사의 지분은 그루포 클라린이 49%, 또 다른 언론기업 라 나시온(La Nacion)이 22.5%, 정부가 27.5%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언론기업의 지분 24%를 몰수해 파펠 프렌사를 국유화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군사정권이 계속됐다. 이른바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군사정권 기간에 3만여 명이 납치·고문·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아르헨티나 최대의 미디어 그룹으로 꼽히는 그루포 클라린은 최근 들어 해체 위기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단일 기업이 운영할 수 있는 TV와 라디오 방송사의 수를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디어 독과점 규제법을 지난달 29일 합헌 판결했다. 이 판결은 그루포 클라린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루포 클라린은 신문과 지상파TV 채널, 케이블TV 채널, 라디오 방송 등을 소유하고 있다.

그루포 클라린은 지난 2008년부터 크리스트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와 대립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 인플레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출세 인상을 시도했으나 농민들의 거센 반발로 실패했다. 그루포 클라린은 농민들을 지지했고, 이는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와 틀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루포 클라린은 산하 매체를 총동원해 사사건건 페르난데스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고, 페르난데스 정부는 2009년부터 미디어 독과점 규제법 제정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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