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국 새판짜기…민심 '견제와 균형' 선택

'셧다운 책임론' 티파티 세력에 분명한 심판 메시지

미국 정치권이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주요 지방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새판짜기 모드에 돌입했다.

내년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민심의 바로미터'를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중간선거, 나아가 2016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새로운 노선과 좌표 설정에 본격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결과만 놓고 보면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이있던 뉴저지주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수도권'인 버지니아주를 공화당에서 빼앗아왔고 공화당과 무소속에 내줬던 뉴욕 시장 자리도 20년 만에 되찾았다.

그러나 엄밀히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심이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를 떠받치는 민주당과 티파티 세력이 주도하는 공화당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서 정국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결과에 잘 드러나 있다. 민주당 테리 매콜리프 후보는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으나 그 격차가 2.5% 포인트(48.0% 대 45.5%)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는 공화당의 '셧다운 책임론' 또는 '티파티 심판론'을 내세운 민주당과 '오바마케어 심판론' 표방한 공화당 간의 대결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논리가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심이 셧다운 사태를 야기한 공화당을 향해 준엄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매콜리프 후보가 승리한 데에는 버지니아주만의 독특한 변수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밀집지대로서 이번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북(北)버지니아는 셧다운 사태의 직격탄을 받은 지역이다. 연방정부에 근무하거나 관련된 사업을 하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셧다운 책임론이 선거기간 내내 강하게 작동했고 이를 토대로 매콜리프 후보의 안정적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여기에 공화당 소속 밥 맥도넬 주지사의 윤리 스캔들도 매콜리프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힘겨운 승리'였다. 지난달 초부터 10% 포인트에 가까운 지지율 우위를 보이던 매콜리프 후보는 클린턴 부부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까지 총동원하며 막판 화력을 쏟아부었지만 쿠치넬리 후보의 추격을 상당 부분 허용한 결과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공화당 티파티의 일원인 쿠치넬리 후보가 내세웠던 '오바마케어 심판론'이 상당한 탄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에서는 선거가 1∼2주일 정도만 뒤로 늦춰졌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현 주지사가 민주당의 '안방'에서 거둔 압승(60.5% 대 38.0%)이라는 점에서 현 여권에 미치는 타격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번 승리는 '당 대 당'의 대결구도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인물론'과 개인기에 터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부상하는 계기는 됐지만 중앙정치와 앞으로 선거전략에 미치는 함의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앞으로 당의 진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공화당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사안에 따라 민주당 정책도 차용하는 '중도온건' 성향으로, 티파티가 주도한 셧다운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셧다운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크리스티 주지사는 히스패닉을 비롯한 지역구내의 소수계 인종을 끌어들이는 공약들을 상당수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크리스티 주지사의 재선으로 당내 온건파 주류의 정치적 기반이 강화되고 내년 중간선거를 향한 전략도 '중도노선'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이는 복도 건너편 민주당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매콜리프 후보는 자신을 중도 또는 초당파 후보라고 강조해왔고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상당히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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