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제주도는 이미 골프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항공료를 감안하면 육지 대비 비용부담이 훨씬 커 장기 불경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인 제주 북제주군 세인트포 골프장은 영업부진으로 부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자 2013년 3월 법정관리(회생절차 개시신청)를 신청, 4월에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 불경기에 골프장 줄줄이 도산
북제주군 묘산봉 관광지구 개발사업의 하나로 골프장이 건설됐지만 애초부터 부실은 예고됐다. 사업 시행사였던 에니스(주)가 무일푼인 상태에서 PF로 자금을 조달해 130만평의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대금 역시 빌린 돈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장을 찾는 고객이 계속 감소하면서 2009년 159억원(연간)이던 매출액이 129억원, 115억원, 80억원 등으로 매년 급감하는 만큼 부채는 2008년 2979억원, 2009년 3054억원, 2012년 3670억원으로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중간에 골프장을 인수한 한라건설은 하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구좌당 2~4억원에 이르는 골프장 회원권 보유자들은 회원권 가액의 상당부분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한라건설은 60%는 보전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채권을 회수하고 골프장을 공매절차에 넘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라가 골프장을 팔면(공매) 회원권은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
인구 50만이 넘는 제주에만 골프장이 29개나 운영되지만 불경기로 육지인들의 골프장 이용이 급감하자 골프장들은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다. 일반인을 받지 않는 24개 회원제 골프장들은 사정이 더욱 어렵다.
로드랜드 골프장 등 3-4개 골프장은 운영난을 겪다 못해 회사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나마 스카이힐이나 나인브릿지, 핀크스 등 대기업 계열의 골프장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사정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 제주 골프장, 봉급.세금 체납 수두룩
제주의 S골프장 관계자는 7일 CBS와의 통화에서 "아이구 다 어렵습니다. 제주도에는 벌써 부도나고 법정관리 들어간 데가 있고 심지어 직원들 봉급도 못주고 국가세금을 체납한 곳만 몇군데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골프장을 팔려고 해도 국내에는 매입자도 없어 중국에 까지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2 공항건설이 시급하지만 이마저도 '경기가 다 죽는다'는 제주시쪽의 반대로 건설 가능성이 낮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은 제주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기는 마찬가지.
기업회생절차중인 경기 포천의 가산노블리제 골프장도 제주 세인트포와 사정이 비슷하다. 이 골프장을 시공한 유진기업은 최근 자회사 유진로텍이 가산노블리제의 땅과 건물을 629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 골프장의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들은 입회보증금을 자산으로 전환, 직접 회사회생에 발벗고 나섰지만 이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현행 체육시설 설치이용법 27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사망하거나 그 영업을 양도한 때 또는 법인인 체육시설업자가 합병한 때에는 상속인, 영업 양수자가 회원권을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자산으로 전환해 이길이 막힌 것이다.
◈ 법정관리 시 회원권 보장 불투명
경기도 죽산면 장계리 711번지 골프클럽Q 안성은 법정관리인가를 받으면서 체육시설 설치.이용법에 보장된 회원권 승계를 보장받지 못하고 17%만 변제하는 안이 포함돼 회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유례없는 불경기와 경영난으로 전국에서 20개에 이르는 골프장이 회사회생절차를 신청했거나 절차에 들어가 골프장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잘 보여준다.
경기북부지역의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7일 "우리 골프장은 매년 내방객 50000명을 수용해 왔지만, 최근 1,2년 사이 3000여명이 빠졌고 수도권 다른 골프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악화로 개인사업자들이 골프장 방문횟수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 달에 4번 치던 분들이 횟수를 2~3번으로 줄이고 식음료나 프로숍 이용 등 필수 경비외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업계는 주중 25만원, 주말 28만원(수도권 기준)안팎 수준인 골프비용을 깎아주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국내와 해외 단체이용객을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기간내 사정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