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유해서 '독살' 뒷받침할 방사성물질 검출(종합)

스위스 사인조사팀 108쪽 보고서에 '폴로늄-210 검출' 적시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004년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에 의해 살해됐음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발견됐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아라파트의 사인이 독살이라는 의혹에 무게를 두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또 팔레스타인인 다수가 아라파트 독살설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의심해 온 터라 3년만에 재개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자지라는 이날 스위스 방사선 과학자들이 작성한 108쪽 분량의 조사 보고서를 입수하고 아라파트 유해의 늑골과 골반에서 정상치의 최소 18~36배에 이르는 '폴로늄-210'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아라파트가 폴로늄에 중독됐다고 신뢰할만한 수준이 83%에 달한다"며 아라파트 사인이 폴로늄-210에 의한 독살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받쳐준다고 분석했다.

폴로늄-210은 흙과 대기에도 극소량 존재하는 데 신체에 조금만이라도 들어가면 내부 조직과 기관에 치명적 피해를 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이 물질은 러시아 정보부 직원이었다가 반체제 인사로 변신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영국 런던에서 급사했을 때 사인으로 지목돼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는 이 보고서 사본을 받아본 뒤 "우리는 범죄임을 입증했다. 정치적 암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제기하는 의혹을 (보고서가) 확인시켰다"며 "남편이 자연사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우리는 아라파트가 살해된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하 여사는 팔레스타인의 정치 지도자였던 아라파트에게 정적이 많았다면서도 특정 국가나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아라파트의 사인에 대한 조사는 알자지라가 지난해 고인의 옷에서 폴로늄-210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이 옷은 아라파트가 사망할 당시 입원해 있던 프랑스 병원이 수하 여사에게 건네 준 것이다.

수하 여사는 남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요청했으며, 결국 지난해 11월 프랑스와 스위스, 러시아, 팔레스타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아라파트 시신의 뼈와 옷에서 표본을 따로 채취해 조사를 벌여왔다.

스위스와 함께 아라파트 유해에서 표본을 채취한 러시아에서는 조사팀 관계자가 표본에서 폴로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이에 함구하고 있다.

아라파트는 75세이던 2004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군(軍)병원에 입원한 뒤 갑자기 병세가 악화해, 한 달 만에 숨졌는 데 사인이 분명치 않아 의혹으로 남아있다.

당시 아라파트의 부인인 수하 여사의 요청으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라파트의 직접적 사인은 심장마비지만 프랑스 의료진은 그가 죽기 몇 주 전 동안 앓았던 병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가 암을 앓았다거나 '에이즈(AIDS) 보균자', '독살을 당했다'는 따위의 수많은 음모론이 나왔다.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이 그를 독살한 것으로 믿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줄곧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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