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왕부부 러시아서 토마토 세례 위기 모면

러'반정부 운동가들이 토마토 투척…돌마토프 자살에 항의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네덜란드 국왕 부부가 현지 반정부 인사들로부터 토마토 세례를 받을 뻔한 위기를 모면했다.

10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하루 전날 저녁 네덜란드의 빌럼-알렉산더르 국왕과 막시마 소레기에타 왕비가 모스크바 시내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열린 암스테르담 교향악단의 연주회에 갔다가 봉변을 당할 위기를 겪었다.

이날 연주회는 양국 문화교류 차원에서 한 해 동안 개최돼온 '러시아 내 네덜란드의 해'와 '네덜란드 내 러시아의 해' 행사 폐막 프로그램으로 열렸다.

행사장에 도착한 빌럼-알렉산더르 국왕과 소레기에타 왕비가 자동차에서 내려 붉은 카펫을 따라 음악원 건물 계단으로 올라갈 무렵 멀리서 구경하던 군중 가운데서 남녀 2명이 "돌마토프의 피가 당신 손에 묻어 있다"고 고함을 지르면서 국왕 부부를 향해 토마토를 던졌다.

돌마토프는 올해 1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정치 망명을 거부당한 뒤 로테르담의 한 불법 난민 구금 센터에서 자살한 러시아 반정부 인사다.

2007년부터 당국에 의해 극단주의 단체로 활동 금지당한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 '내셔널-볼셰비키당'(나츠볼) 소속의 돌마토프는 지난해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폭력 행사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 당국의 수배를 받던 도중 같은 해 6월 네덜란드로 출국해 현지에서 정치 망명을 신청했었다.


난동범들이 던진 토마토는 이들이 국왕 부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국왕 근처로 날아가지도 않고 도중에 떨어졌다.

사건 직후 경호원들과 경찰이 곧바로 난동범을 붙잡아 연행했고 국왕 부부는 소란에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 조사 결과 난동범들도 '나츠볼' 소속의 반정부 활동가인 데니스 쿠드랴프체프와 빅토리야 쿠즈네초바로 확인됐다.

이들은 나츠볼 소속의 동료 돌마토프가 네덜란드 당국의 무성의로 숨진 데 대한 항의 표시로 토마토 시위를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난동범들은 15일의 구류형에 처해질 예정이다.

이날 사건은 양국 관계가 러시아 당국의 그린피스 회원 억류 등으로 악화한 가운데 불거졌다.

양국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지난 9월 네덜란드 선적의 쇄빙선 '악틱 선라이즈'호를 이용해 북극해 인근 러시아 석유 시추 플랫폼 부근에서 개발 반대 시위를 벌이다 러시아 당국에 체포되자 네덜란드가 러시아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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