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에 '檢수뇌부 낙마, 중징계, 유고…풍비박산'

'방패막이' 무너지고…부팀장만 '혈혈단신'으로 남아

채동욱 전 검찰총장(송은석 기자/자료사진)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사건으로 수사를 지휘 · 감독했던 검찰 수뇌부가 연달아 초토화되는 불행한 검찰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정권의 비위를 거스르다 '혼외 아들설'로 낙마한데 이어, 특별 수사팀의 사령탑이었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도 감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또 수사팀을 이끌며 전 국정원 책임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은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각각 중징계와 감봉처분을 받고 법무부에 징계 처분 의뢰 대상자가 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지휘 · 수사했던 '검찰총장-서울지검장-특별수사팀장' 등으로 이뤄진 검찰 수뇌부가 모두 풍비박산나는 안타깝고 어이없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11일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은 윤석열 지청장과 박형철 부장검사에 대해 각각 정직과 감봉 처분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징계청구서를 법무부에 보냈다.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채 전 총장이 사퇴한지 43일만이자 윤석열 지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지 22일 만의 일이다.

감찰본부는 특히 수사과정에서 '야당 도와줄 일 있냐?'는 발언 등 수사 외압이 있었냐는 점을 두고 "윤 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도 외압 의혹 당사자인 조 지검장은 "부당한 지시를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해 사실상 조 지검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조 지검장은 감찰 논란에 대한 지휘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정원 수사팀에 대한 외압 의혹은 수사 초기부터 여러차례 제기됐다.

지난 4월 국정원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뒤 수사팀은 지난 6월 대검을 거쳐 법무부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보고를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2주 넘게 수사팀에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고, 이는 "대선 결과에 정당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때문에 법무부가 막고 있는 것 아니냐'며 외압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 지청장 역시 지난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법무부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설명하는 과정에 2주 이상 걸려 그 기간 동안 수사팀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법무부에서 이렇게까지 하느냐, 이런 생각이 들었고 수사하는 사람들은 정당하지 않고 합당하지 않으며 도가 지나쳤다라고 하면 외압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처럼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특별 수사팀장까지 불명예 상태로 '유고'에 처하게 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리 대선과 관련된 수사라해도 국정원 사건의 후폭풍과 검찰내 상처가 너무 크다"며 안타까운 반응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밖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과 특별수사팀장의 갈등을 '내분'이라고 하지만, 그 원인은 정치적 환경과 시대 상황때문에 발생한 것 아니냐"며 "검찰의 중립적 수사가 착근하기에는 너무도 척박한 환경"이라고 개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윤석열 수사팀장이 상관에게 보고 누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수사를 돌파할 수 없는 현실이 유죄라면 유죄가 아니겠냐"며 검사들의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팀은 4월 18일 출범한 이래, 중간간부인 박형철 공공형사부장과 일부 수사 검사들만 '초기 멤버'로 원형을 잃은 채 남게 됐다. 외풍이 돼야 할 방패막이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고 수사팀만 혈혈단신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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