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피해현장, 생존자들에게도 '생지옥'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지나간 필리핀 재해 현장은 11일 참혹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아수라장이 됐다.

다행히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현장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시신이 널려 있는 도시에서 교통과 통신 시설이 모두 두절됐고 식료품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에 약탈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간 지 사흘째를 맞아 피해 지역에서는 물이 조금씩 빠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장은 엉망이다.


도시의 95%가 파괴된 타클로반은 진흙투성이의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가운데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어 수습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세부에서 만난 필리핀 당국자들은 전했다.

타클로반 공항으로 가는 길 주변 도로에도 시신들이 가득 늘어서 있을 정도라 현지 구조대는 시신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며 패닉에 빠졌다.

사흘째 전기와 통신, 교통이 끊기면서 식품과 식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자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헬리콥터 외에는 타클로반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 접근이 힘든 상황이라 필리핀 정부는 일단 세부에 구호물자를 공급하는 중간 공급 센터를 세워 긴급한 식량과 물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또 당국은 약탈이 자행되는 것을 막고자 특수부대를 파견했지만 최소한의 조치에 그치는 형편이다.

가족들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고 가족들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던 사람들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민심도 흉흉하다. 그러나 레이테주의 정부 관계자는 "타클로반에 사는 모든 사람이 피해자"라며 공무원에 대한 비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옌이 지나간 경로로 열대성 저기압이 다시 접근하고 있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생존자들은 다시 한 번 큰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필리핀 기상당국은 이 열대성 저기압이 태풍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으며 이에 재난 당국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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