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톰슨 로이터 재단은 아랍연맹과 시리아 등 22개국에서 336명의 성평등 전문가를 상대로 여성에 대한 폭력, 가족 내 여성 처우,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태도 등을 조사한 결과 이집트가 74.895점(높을수록 나쁨)으로 가장 나쁘게 나타났다고 12일 홈페이지(http://poll2013.trust.org)를 통해 밝혔다.
이집트는 여성의 99.3%가 성추행 경험이 있으며 전체 여성 인구의 91%인 2천720만명이 여성할례(FGM·여성성기절단)를 받았으며 성인 여성의 63%만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으로 유엔과 유니세프, 세계은행 자료 등에 나타났다.
이집트 다음으로는 이라크가 73.070점으로 나쁘게 조사됐다.
이라크는 2003년 미국 침공 이후 여성 인권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남편을 잃은 여성이 160만명이고 여성의 14.5%만이 직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야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고 운전 등 여성 활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사우디아라비아(72.680), 내전이 이어지며 여성이 정부군과 반군의 성폭행 대상이 되고 난민캠프에서는 12세 소녀가 결혼하기도 하는 시리아(72.390), 조혼이 성행하고 여성의 53%만이 초등학교를 마치는 예멘(71.862)이 그다음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반면, 인도양의 섬나라 코모로는 이혼 때 여성에게 재산이 분배되고 피임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등 여성 인권 상황이 51.375점으로 아랍국가 가운데에서는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보장이 다른 아랍국가보다 잘 된 오만(58.081점)과 쿠웨이트(58.119점)도 그다음으로 여성 인권 상황이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 관여한 전문가들은 2011년 '아랍의 봄' 시위에서 많은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여성의 자유와 인권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이집트·시리아·예멘 등 '아랍의 봄' 국가들이 최악의 여성 인권국이 돼버리는 등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칼럼니스트 모나 엘타하위는 30년 통치 끝에 2011년 시위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우리는 무바라크를 대통령궁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과 침실에 살고 있는 무바라크를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참한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우리 여성은 나라를 망치는 독재자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을 망치는 나쁜 문화·종교를 상대로도 혁명을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