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선 측정기준 '느슨하게' 변경

공간 기준을 개인 피폭량으로 전환… 결과치 67∼86% 감소할 듯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현의 방사선량 측정 기준이 사실상 완화할 전망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전문가검토회의가 11일 후쿠시마 주민 등의 건강 대책과 관련해 방사선량 측정 기준을 '공간'에서 '개인'으로 전환하기로 의견을 결정했다고 일본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현재는 주민이 하루 평균 8시간 옥외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하고 항공기 등을 이용해 조사한 공기 중의 방사선량을 토대로 산출한 '공간방사선량'을 사용한다.

앞으로는 주민이 개인별로 몸에 지닌 방사선량 측정기의 수치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산출한 수치 대신 개인별로 실측하기 때문에 주거 지역, 생활 방식, 직업 등에 따라 달리지는 피폭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취지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방사선이 주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정밀한 정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간 방사선량 20m㏜(밀리시버트) 미만'을 이재민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필요조건으로 설정해 피난 권고 해제 기준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유지한다. 장기 제염 목표는 1m㏜로 설정해 역시 수치상 변화는 없다.


그럼에도 방사선량 측정 방식의 변화로 오염 제거 기준이 대폭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지방자치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개인 측정치가 공간 측정치의 7분의 1에서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측정 방식을 바꾸기만 해도 현재보다 방사선량이 66.6∼85.7%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개인별 측정에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방사선 측정 전문가인 도코나미 신지(床次眞司) 히로사키(弘前)대학 교수는 "개인별 선량을 근거로 피폭을 줄이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꽤 어렵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이 쌓이기 쉬운 지면 가까이에서 몸을 움직이는 어린이는 피폭량이 성인의 2배가 될 수 있고 측정기를 착용하는 부위에 따라서 몸을 돌리기만 해도 수치의 변화가 있어 정밀한 측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도쿄신문은 개인별 방사선량 측정기를 받았지만 읽는 법을 모르거나 수치의 의미를 모르는 주민이 많고 이들을 지원할 지자체의 인력도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예상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방사선량 측정 기준을 바꾸는 것이 단순히 정밀한 측정을 위한 게 아니라 오염 제거 비용을 줄이고 피난 중인 주민이 빨리 귀환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점을 의식한 주민의 반발·우려도 예상된다.

아사히 신문은 이와 관련, "총리 관저 등에서 개인별 선량을 오염제거를 비롯해 다양한 기준에 사용하라는 압력이 강하다"는 환경성 직원의 발언을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현실노선으로 궤도 수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권 자민당의 부흥가속화본부와 연립 여당인 공명당 측은 후쿠시마 사고 대처에 정부가 전면에 나선다는 방침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도쿄전력이 부담할 수 없는 사고처리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정책을 바꾸자는 제안도 제출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당장 내년부터 반영하고 방사선량이 높아서 귀향하지 못하는 주민에게 배상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부흥을 앞당기기를 원한다"며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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