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원전제로, 총리가 결단하면 된다"

300여명 참석 기자회견서 아베 총리 공개 압박

원전 반대론을 펴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대규모 기자회견에서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2일 도쿄에서 내외신 기자 300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일본기자클럽 회견에서 "즉시 원전 제로로 가는 쪽이 좋다"며 "총리가 결단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를 겨냥, "판단력과 통찰력의 문제"라며 "키를 돌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미 지난 9월부터 공개석상에서 원전 반대 주장을 공공연히 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탈원전 주장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같은 당(자민) 출신 현직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정책 변경을 압박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9∼10일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 60%가 고이즈미의 탈 원전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현역시절 '여론정치'에 능했던 고이즈미가 향후 탈원전 세몰이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어 고이즈미는 원전의 대안에 대해 "정치가가 원전 제로 정책을 제기하면 분명히 지혜있는 사람이 좋은 안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라며 "전문가의 지혜를 빌리고, (전문가의) 결론을 존중해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는 특히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 처분장 건설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탈 원전 주장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대해 "앞으로 일본에서 핵폐기물의 최종 처분장 건설을 전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낙관적이고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야스쿠니(靖國) 참배에 관한 한 '정치후배'인 아베 총리를 적극 두둔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지를 계속 내비치고 있는데 대해 "지금 총리가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이 재임기간(2001∼2006년) 야스쿠니에 참배한 이후 아베 총리를 포함한 일본 역대 총리들이 재임 중 야스쿠니 참배를 보류하고 있는데 대해 "그래서 일중관계가 좋아졌는가"라고 반문했다.

고이즈미는 이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를 이유로 중일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때가 되면 중국은 어른스럽지 못한 대응이었다는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2006년 아베 총리가 처음 총리가 됐을 당시 아베에게 권좌를 물려준 전임 총리였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정권 시절인 2005∼2006년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역임했을 때부터 차기 총리감 1순위로 꼽히며 고이즈미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고이즈미를 자신의 '정치 스승'으로 불렀지만 고이즈미의 원전 반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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