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10호 법정에서 이 의원 등이 출석한 가운데 33년만에 다시 발생한 내란음모 사건을 심리했다.
이날 검찰은 최태원 공안부장 등 8명이, 변호인단은 김칠준, 이정희 등 16명이 출석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공소사실을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정리한 검찰은 1시간 여에 걸친 공소장 낭독을 통해 국정원 수사관들과 제보자, RO조직원 등의 증언을 열거하는 등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변호인단도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내란음모에 대한 법리논쟁을 벌였고 공소사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 "RO는 대남 혁명을 위한 비밀조직"
검찰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내란음모 및 북한을 찬양 고무하는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취득·소지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의원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RO에 대해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삼았고, 이석기 의원 중심의 엄격한 지휘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남 혁명을 위한 비밀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은 RO조직원들과의 정세분석에서 미제국주의의 60년 지배를 끝장낼 수 있는 대격변기라며 '한자루 권총사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볼셰비키 이론을 주입했다.
이 의원 등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총책 밑으로 경기남부권역(이상호, 한동근), 경기중서부권역(홍순석), 재정부문(조양호) 등의 RO 영도체계를 구축했다는 것.
또 영도체계를 구축한 RO는 평택 유조창 파괴, 파출소 무기고 탈취, 해킹으로 주요시설 마비 등을 획책하기 위한 논의를 했고, 북한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옹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어 이 의원 등이 국가전복 기도와 선전 선동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체제 전복을 획책하고 대한민국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압수문건 가운데 '한반도 운명을 결정지을 두 개의 전략'이라는 문건에는 국군이 미군에 예속된 것으로 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공개했다.
◈ 변호인단, "관권선거 덮기 위한 전형적인 공안사건"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국헌문란의 목적은 국가의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헌문란의 '목적'과 주체의 '조직성', 수단과 방법 등의 '특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의원 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의 기소내용은 말만으로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했다는 것이었고,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만 나열해 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사제폭탄을 제조하고 장난감 총기를 살상용으로 개조해 유류저장고, 레이더 기지 등 국가시설에 대한 타격을 모의했다는 검찰 기소에 대해, 무기준비 등 구체적인 수단이 전혀 특정된 바 없으며 국가기간 시설을 파괴하자는 적극적인 선동이 없었다며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격했다.
이어 5·12 강연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구체적 준비"를 "전쟁준비"로 "전쟁반대투쟁을 호소하고"를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로 왜곡했다고 밝혔다.
또 RO의 실체, 공소장 일본주의, 위법한 증거 수집, 임의제출한 녹음파일, 적기가 제창, 강연·사상학습을 통한 찬양 동조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본질은 지난해 연말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관권부정선거를 덮기 위한 국정원발 공안조작사건"이라며 "내란음모 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등 이 의원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 이석기, "북한 공작원 만난 적도 없고..."
이날 공판에 검은색 양복에 흰색 셔츠를 입고 참석한 이 의원은 전날 밤 손으로 작성한 피고인 진술서를 통해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이 의원은 20분간의 피고인 진술에서 "5월 강연은 전쟁 대비가 아닌 미국의 북한 침략을 우려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며 "5월 강연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은 북한의 공작원을 만난 적도 없고 지령을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이 피고인 진술서를 낭독할 때 방청객 3명이 "북한으로 가라"며 욕설을 해 감치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