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속 '보험왕' 알고보니…불법자금 '세탁창구'(종합)

경찰, 수십억 횡령한 인쇄업자·보험설계사 구속영장 신청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무자료 거래로 20년 동안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로 빼돌린 인쇄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10년 연속 전국 보험왕’에 오른 한 유명 보험설계사는 이 불법 자금의 ‘세탁’을 맡았다가 수십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3일 인쇄업체를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법인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L(6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 씨는 대구와 인천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며 지난 2003년 1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삿돈 37억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불법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L 씨가 무자료 거래로 20년 동안 무려 5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가족이나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조세를 포탈한 사실도 적발했다.

캐나다 영주권자인 L 씨는 이렇게 빼돌린 불법 자금을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국내 유명 보험사 2곳의 약 600여개 보험상품에 분산 가입한 뒤 234억원 상당을 캐나다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재산국외도피 혐의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는 처벌하지 못하고 대신 국세청에 과세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L 씨의 재산국외 도피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서 비자금 조성 등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공소시효 등 법적인 한계 때문에 개인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이처럼 수백억원 상당의 보험상품을 따낸 대가로 L 씨의 부인에게 수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유명 보험사의 보험 설계사 2명도 함께 검거했다.

특히 ‘10년 연속 전국보험왕’에 오르기도 한 S생명사의 Y(58·여) 씨의 경우 L 씨의 보험료 60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Y 씨는 “보험 가입 대가로 돈을 준 적이 없고, 횡령 혐의 역시 L 씨의 의뢰를 받아 투자신탁에 투자하는 등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Y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L 씨가 보험 투자금 분쟁으로 Y 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하기도 했다고 진술하는 등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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