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 진출…5.24 조치 해제 되나?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블리다미르 푸틴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기업들이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은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한 나진-하산 공동개발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 합의로 러시아가 70%, 북한이 30%의 지분을 갖는 '라손콘르란스'가 2008년 10월에 설립됐다.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의 총사업비는 총 3억 4천만불로 2008년부터 49년간 나진-하산간 철도(54km), 나진항 3호 부두 및 나진구 21ha를 개발 운영하는 사업이다.


철도 개보수 사업은 지난 7월에 완료됐고, 나진항 화물터미널 공사도 9월에 완공돼 9월 23일에 철도 운행이 개시됐다.

한·러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MOU는 나진-하산 철도 운영 및 나진지역 항만개발사업에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의 지분 및 운영권 참여를 허용하고 보장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측 지분 70%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이 활성화되면 한국·일본의 물류가 나진항으로 들어가 나진-하산간 철로와 TSR을 통해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곳곳으로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는 러시아 측이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이 제안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잇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해 "물류 및 에너지 네트워크를 강화해 유라시아 내 국가 간 상호발전을 도모하고 역외와의 연계·협력도 추진해 중장기적으로 유라시아를 전세계 무역의 허브로 발전시켜 나가자"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정부는 남북러 3각 시험사업 성격이 있는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이 성공하면 향후 유사한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산-하산 물류협력에 우리 기업의 참여 허용이 큰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정부가 내놓은 5.24 대북 제재조치를 완화·해제하는 의미도 있다.

통일부는 5.24 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인 만큼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는 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5.24 조치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직접 투자 재신 러시아 측 지분 인수라는 우회로를 열어 놓음으로써 5.24 조치 해제의 물꼬가 트였다는 시각도 있다.

박수진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5.24 조치가 외국기업이나 한국기업의 합작기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적용대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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