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멀다"…美 옐런, 양적완화 '일단 유지' 시사

'테이퍼링' 내년 초 전망 우세, 연말 가능성도 열어둬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13일(현지시간) 내놓은 경기판단은 제3차 양적완화(QE3) 조치를 축소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로 일단 해석된다.

최근 뉴욕증시는 물론 아시아증시와 유럽증시에서 확산하고 있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달랜 셈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르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신흥국을 중심으로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갈 길 멀다"

옐런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이날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최근 미국 경제가 상당히 강력해졌고 개선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잠재력에는 훨씬 못미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후퇴 국면에서 잃었던 동력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한 뒤 "이런 이유에서 연준은 더 강력한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 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라면서 "강력한 회복만이 자산매입과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업률이 7%대 초반으로 떨어졌지만 구직포기자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인플레이션도 앞으로 상당기간 목표수준인 2%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연준의 양대 정책목표가 양적완화를 유지하는 데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경제전문 통신인 블룸버그도 "옐런 지명자의 발언은 경제회생과 고실업률 해결에 대한 중앙은행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경기부양책 조정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경기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옐런 지명자는 전반적인 경기판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 조기 단행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 올 12월, 내년 3월… 전망 엇갈려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이미 기정사실화한 상태로, 시장의 관심은 시기에 집중돼 있다.

경기회복세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채권매입이 더이상 더 큰 효과가 없다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의장도 최근 수차례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말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이 재임중 '결자해지' 차원에서 출구전략의 물꼬를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은 FOMC 정례회의는 올 12월 29~30일과 내년 1월 28~29일 두차례지만 내년 1월말은 퇴임 직전이기 때문에 올 연말에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0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8일 최근 경제지표 호조로 인해 양적완화 축소의 시기와 미국 경제상황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여부에 대해 12월 FOMC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3월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테이퍼링 돌입 시점은 내년 3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특히 연준이 자산매입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상시 양적완화'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이밖에 시장에서는 옐런 지명자가 지난 2010년부터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시행을 주도했기 때문에 연준의 현행 금융·통화 정책기조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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