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무슬림 커플 앞세운 '코골이 약' 광고 논란

미국에서 '미군 사병과 무슬림 여성'이란 독특한 조합의 커플을 앞세운 도발적인 코골이 약 광고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코골이 완화제 '스노어스탑'(SnoreStop)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 제약기업 '그린파머수티컬스'(Green Pharmaceuticals)는 최근 시카고에 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곧 시카고 도로에 등장할 옥외광고판에는 미군 전투복을 입은 백인 남성이 차도르로 얼굴을 감싸고 눈만 내놓은 무슬림 여성을 감싸 안은 사진이 떠있다. 남성의 가슴에 올려진 여성의 왼손에는 이들이 커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반지가 끼워져있다.

사진 왼쪽 상단에는 해시태그(#)에 이어 '함께'(betogether)라는 문구가 쓰여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스노어스탑' 상품명과 함께 '여러분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지켜줍니다'(Keeping you together)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그린파머수티컬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멜로디 데브마크는 "코골이 완화제는 결국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약이다. 우리는 커플을 위한 제품을 생산한다"며 "그래서 가장 양극적인(polarized) 커플을 광고에 등장시키기로 했다. 우리가 이 커플이 함께 하는 것을 지켜줄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함께 하는 걸 지켜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용과 포용, 사회적 허용 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러 도발적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다양성과 평등, 조화에 대한 생각을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이 조합은 실제 부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다양한 인종 결합에 대해 알리면서 동시에 상품 홍보를 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 광고는 지난달 28일 로스앤젤레스 선셋블러바드에 첫선을 보인 뒤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라크계 여성임을 밝힌 아실 마치는 "미군은 민주주의와 해방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황폐화시키고 남성뿐아니라 여성과 어린이들에게도 만행을 자행했다"며 "미군 전투복을 입은 남성이 무슬림 여성을 품에 안고 있는 사진에서 인종적 반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다양성을 표현하려는 노력, 포용과 관용에 관한 아름다운 메시지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광고에 쏟아지는 비난에 외려 기분이 상한다"는 반응이다.

또 "이 특별한 조합의 커플과 코골이가 대체 무슨 상관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용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충격 요법을 통해 광고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도록 유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린 파머수티컬스 측은 이 빌보드 광고를 뉴욕, 샌디에이고, 휴스턴, 솔트레이크시티 등에도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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