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통산 127경기 출장에 빛나는 이영표(36). 그가 출전한 국가대표팀은 패하는 경기보다 승리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가 버틴 왼쪽 측면 수비는 견고했다. 상대 팀이 좀처럼 뚫을 수 없는 ‘벽’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14년의 프로 생활을 포함한 27년간 자신과 함께 했던 ‘축구선수’라는 수식어를 내려놓은 이영표는 1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려 6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은퇴를 준비했다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선수 생활에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다고 스스로 평가했을 정도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점에서 이영표는 선수로서의 마지막 순간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이영표는 자신이 축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부터 27년의 시간 동안 특별히 아쉬운 순간은 없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분명한 아쉬움은 존재했다.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했던 ‘숙적’ 일본과의 7경기에서 3승4무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기록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이영표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을 2-0으로 이겼는데 5-0으로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국가대표를 하는 동안 일본을 상대로 3승4무를 기록했는데 7승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고 활짝 웃었다.
여전히 많은 팬들에게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왼쪽 측면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영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 축구를 아끼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그는 ‘제2의 이영표’를 찾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선수가 없다기보다는 경쟁이 치열한 탓에 누구 한 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 “한국 축구는 홍명보 감독님의 지도 아래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년 월드컵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