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희생자 집단 매장…인권침해 논란

당국 "전염병 예방 차원"…WHO "지침 위반, 전염 위험 없어"

최근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강타한 필리핀 피해지역에 널려 있던 희생자 시신들이 서둘러 공동묘지에 매장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레이테주 타클로반 시당국은 14일 보건부의 지침에 따라 보호자들이 나타나지 않은 시신 등 상당수 희생자 주검을 공동묘지에 매장하기 시작했다.

시신 부패에 따른 악취와 전염병 예방, 나아가 시각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 당국은 이날 검은색의 시신 수습용 가방에 담긴 희생자들의 주검 30구를 외곽의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팔로 교회 근처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최소 150구의 시신들이 집단 매장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국이 시신을 처리할 것으로 보고 주변에 널려 있던 시신들을 도로변에 이동시키는 시민들도 목격됐다.

그러나 희생자 시신들을 서둘러 집단 매장할 경우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등 사자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필리핀 보건당국의 이번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WHO는 필리핀 보건부에 전달한 '재난상황시 시신처리 매뉴얼'에서 적절한 신원 확인 없이 희생자들을 집단 매장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특히 집단 매장과 화장 등의 방법을 활용할 경우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고 종교, 문화적 신념에도 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통념과 달리 널려 있는 시신으로 인해 전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WHO는 재해로 사망한 희생자 시신의 경우 사망 직후 체온이 급속히 떨어지는 만큼 아무리 강력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바이러스라도 즉시 사멸된다고 지적했다.

에릭 타야그 필리핀 국립 역학연구소 소장도 희생자 시신이 반드시 전염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재당국은 이날 오전(현지시간)까지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천357명으로 늘어났다고 공식 집계했다.

실종자도 77명에 달하고 부상자 역시 3천85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태풍 하이옌에 따른 인명피해와 관련해 당초 전망치 1만여명보다 훨씬 적은 최대 2천500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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