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은 김선형의 3점슛(?)을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은 종료 버저가 울린 뒤에 김선형의 손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김선형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아쉬움은 별로 없는 듯 보였다. 김선형은 이미 앞선 장면에서 오랜만에 3점슛의 짜릿한 손맛을 경험했다.
14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주 KCC와 서울 SK의 경기. 김선형은 3쿼터 중반 오픈 기회를 놓치지 않고 3점슛을 터뜨렸다. 올 시즌 들어 외곽포 슬럼프에 빠져있는 김선형이 3점슛을 기록한 것은 지난 2일 인천 전자랜드전 이후 5경기 만에 처음이다.
김선형의 외곽슛은 4쿼터 들어 다시 침묵했지만 SK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김선형은 13점, 6어시스트, 3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 자기만의 방식으로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며 SK의 77-72 승리를 이끌었다.
김선형은 3쿼터 중반 3점슛을 터뜨린 데 이어 코트니 심스의 속공 득점을 이끌어낸 감각적인 패스를 선보이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4쿼터 초반에는 장민국과 타운스의 수비를 제치며 유로스텝 레이업을 성공시켜 팬들을 놀라게 했다.
김선형에게는 변기훈이라는 든든한 백코트 파트너가 있다. 서로의 약점을 메워주는 소중한 존재다. 김선형이 돌파 위주의 농구를 펼친다면 변기훈은 정교한 외곽포로 가드진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SK의 간판 슈터다. 변기훈은 이날 3점슛 4개를 터뜨리며 17점을 기록했다.
변기훈은 올 시즌 경기당 2.4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면서 무려 41.0%의 높은 적중률을 기록하고 있다.
변기훈은 SK가 자랑하는 최정상급 백코트 수비수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KCC의 해결사 김민구를 전담 마크해 상대의 리듬을 흐트러놓는 데 성공했다.
김선형과의 프로 첫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김민구는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4득점에 그쳤다. 3점슛 4개를 던져 모두 놓쳤다. 그러나 김민구는 득점이 막혔을 때도 팀에 공헌하는 방법을 아는 선수다. 어시스트 8개, 스틸 2개를 올리며 분전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SK는 이날 승리로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전 구단 상대 승리를 거두며 11승3패째를 기록했다. 울산 모비스(10승3패)를 하루만에 2위로 밀어내고 다시 단독 1위가 됐다.
한편, 고양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 오리온스는 주득점원 앤서니 리처드슨이 아내의 출산 때문에 결장한 부산 KT와의 홈 경기에서 70-54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