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제구호활동, 지역당국 기능마비에 '발목'

최근 '슈퍼태풍' 하이옌에 막대한 인명이 희생된 필리핀에 국제사회의 구호물자가 밀려드는 가운데 정작 이를 전달하는 지방정부의 기능 마비로 구호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지방당국의 차량, 인력 부족으로 시신 수습과 구호물자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구호차량마저 주유소 업주의 영업 기피와 행정력 부재로 운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사태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희생자 수를 축소 발표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14일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대 피해지역인 타클로반 시 당국은 직원 상당수가 숨지거나 실종되면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알프레드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인력과 차량이 부족한 나머지 구호물자 수송, 시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태풍 상륙 이후 7일이 지난 현재까지 시신이 도로에 방치돼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도처에서 시신을 수습해달라는 주민 민원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 업무를 처리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로무알데스 시장은 또 시신 수습처리에 사용하던 차량을 구호물자 수송에 재투입해야 할 만큼 차량이 부족하다며 구호활동에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따라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중앙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형국이지만 역시 역할 설정마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여기에 통신과 전력 등 각종 인프라가 폐허로 변해 주변지역의 피해 확인작업이 지연되고 있고 지역경찰의 기능마비로 약탈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망자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아키노 대통령이 당초 추정한 최대 사망자 전망치 2천500명선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국은 이날 오전(현지 시간) 사망 2천357명, 실종 77명, 부상 3천853명으로 공식 집계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필리핀 정부가 고의로 사망자 수를 속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 측은 정확성을 기하는 차원에서 확인된 시신만을 통계로 잡고 있다며 고의적인 축소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궁 측은 그러면서 "필리핀 정부가 사상 최대규모의 수송구호활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상황이 정상을 되찾는 게 아키노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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