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의 '위험한 선거쇼'

"강압적인 물가 통제로 망가진 경제 못 살려" 비난

지난 주말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한 가정주부는 가전제품 판매점 앞에서 반값 이상 할인하는 냉장고를 사려고 24시간이나 줄을 섰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사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전에 물건이 바닥날 거 같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가전제품 판매점을 점유하고 강압적으로 제품가를 인하한 혜택을 보기위한 것이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 조치로 카라카스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의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바겐세일 인파'가 북적거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이나 폭력행위도 벌어졌다.

정부의 물가 통제 관리관들은 지난 주말 전국 1천400여개 전자제품 판매점과 제조업체, 배터리 제조업체 등에 들이닥쳐 30여명의 판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바가지요금'을 조사했다.

마두로는 이러한 정책의 배경으로 '미국 제국주의와 손잡은 반정부파들이 제품이나 달러를 사재기하고 물건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마두로는 13일 밤(현지시간) TV방송에서 "야만적인 자본주의를 굴복시켜야 한다"면서 강압적인 물가 통제를 지속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1천400여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정당한 가격을 받는 곳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요구에 제품가를 15% 안팎까지 깎아 '울며 겨자를 먹는' 판매상들은 이윤을 남길 수 없다고 한탄한다.

베네수엘라 야당측은 마두로가 '얄팍한 선거쇼'를 벌인다면서 약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난한다.

집권 이후 국정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가 될 내달 8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술수'를 획책한다고 야당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이달초 마두로가 공무원들에게 성탄 보너스를 미리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이러한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50%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플레율과 휴지, 식용유 등을 포함한 기초 생활필수품의 부족 등 경제난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서민들의 감정을 무마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 20년간 교편을 잡다가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스미들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의 이러한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전자제품에 자동차 등 강제적으로 가격을 내리치는 정책을 선거 전까지 4주간 이어간다면 '경제에 아주 큰 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난한 유권자들에게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는 이러한 '충격 요법'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외국의 경제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

암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일부 수입업자들이 제품가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등 경제를 해치는 부조리들은 등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화폐인 볼리바르의 달러당 공식 환율은 1대 6.3이지만 암시장에서는 10배 이상 부풀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국영상점도 가격을 불공정하게 올린다면서 정부 물가정책의 이중성을 비꼬았다.

미국산 샌드위치 토스터 가격은 미국 현지에서 34.99달러지만 베네수엘라 국영 슈퍼마켓에서 1천100볼리바르(175달러)에 팔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두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경제난을 막으려고 의회의 승인 없이 법령을 선포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이러한 특권이 부여되면 마두로는 권한을 더욱 남용하게 될 것이라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러한 충격요법을 썼는데도 지방선거에서 마두로 정부가 참패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절대적인 지지세력과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만큼 카리스마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 마두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볼리바르의 평가절하 등 현실적인 경제난 해결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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