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명연설' 혹평했던 美언론, 150년만에 사과

게티즈버그 연설에 "어리석다" 폄하한 사설 철회

명연설로 꼽히는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혹평했던 한 지역 언론이 150년 만에 이를 철회하고 사과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해리스버그의 지역 신문 '패트리엇 뉴스'(Patriot-News)는 전신인 '패트리엇&유니언'이 지난 1863년 게재한 연설 비판 사설을 철회한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당시인 1863년 11월 19일 게티즈버그 묘지의 전사 장병 추도식에서 행한 이 연설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구절로 유명하다.

링컨 대통령은 3분에 불과한 이 연설로 북부 진영의 단합을 끌어내고 전세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닷새 뒤 '패트리엇&유니언'은 사설에서 게티즈버그 연설을 무참히 깎아내렸다.

신문은 "대통령의 어리석은 발언은 무시하겠다"며 "국가의 명예를 위해 망각의 베일을 덮어 더는 거론되거나 상기되지 않게 하고자 한다"고 일축했다.

패트리엇 뉴스가 오는 19일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을 앞두고 선배들의 이런 평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패트리엇 뉴스는 철회를 알리는 사설에서 "패트리엇&유니언은 연설의 시간을 초월한 감동과 의의를 알아채는 데 실패했다"며 "결함에 가득 차고 오만에 물든 판단을 독자에게 제시했다"고 유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이 충분히 흐른 만큼 우리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며 "한낱 말로는 링컨 대통령이 도달한 언어의 원대한 경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수'의 원인에 대해서는 "당파심 혹은 그 시대 기자들 사이에 흔했던 독한 술의 영향이었을 수 있다"고 솔직하게 시인하기도 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당시 패트리엇&유니언은 민주당을 지지했으며 공화당 소속의 링컨 대통령에게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1년 전 간부 몇 명이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북군 병사들에게 체포된 사실 때문에 사적인 원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패트리엇 뉴스의 존 마이섹 오피니언 담당 에디터는 문제의 사설 탓에 신문에 대한 '괴담'이 떠돌게 됐다며 "더는 그냥 놔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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