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 섬에 있는 인구 4만5천명의 소도시 구이우안에서 이번 태풍으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은 110명이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시신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사망자가 많은 타클로반에 비하면 크게 적은 편이다.
이곳도 타클로반처럼 엄청난 물적 피해를 봤다.
최근 이곳에 도착한 미군 군의관 러셀 헤이스는 "태풍의 흉포함에 놀랐다"며 "파괴 정도를 본다면 사망률이 10%는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던 비결을 철저한 사전 대피였다.
이곳 시장 크리스토퍼 곤살레스는 대피를 머뭇거리는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학교, 체육관, 교회 등 콘크리트 건물로 대피시켰다.
곤살레스 시장은 "주민들이 태풍에 익숙해져 대피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하이옌의 위력은 매우 강해 시멘트 블록과 나무 등으로 지은 주택은 물론 일부 대피소까지 무너뜨렸다.
이 도시 희생자 대부분은 무너진 대피소의 건물에 깔려 숨졌다.
한편 필리핀 피해 지역의 많은 주민이 기약 없는 복구를 기다리는 대신 마닐라와 세부 등 대도시로 탈출하고 있다.
공항이 있는 타클로반까지 온 이재민들은 필리핀과 미군 군용기를 타고 재난 현장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타클로반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신청서를 쓴 사람만 1천여명이 넘지만 수용 능력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네스터 나타바씨는 "이미 성당의 신부님까지 마닐라로 떠났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고 말했다.
타클로반의 상황은 여전히 참혹하다.
알프레드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치울 사람이 없어 많은 시신이 숨진 장소에 그대로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필리핀 정부가 태풍 피해로 막혔던 도로와 다리가 모두 뚫렸다고 밝혀 앞으로 구호와 복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