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애초에 "늦어도 오전 11시 30분까지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이 시간은 오전 11시 40분으로, 또 다시 12시 이후 배포로 계속해서 말이 바뀌었다.
석간신문의 경우 금요일 오전까지 기사를 쓰지 못하면 일요일 오후까지 관련 기사가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의 자료 배포가 늦어지자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보도자료 배포가 늦어진 이유와 관련해 "결재에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년 가까이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대한 사건의 수사결과 브리핑 자료가 '당일치기'로 제작되고 있었던 셈이다.
검찰이 수사결과 브리핑을 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은 보통 며칠 전부터 발표일이 공지되고 보도자료도 몇 번의 검토를 거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의 경우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바로 전날인 14일 저녁이 돼서야 브리핑 날짜를 공지했다.
이와 관련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식 취임 직전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털어버리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결과 발표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번주 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과 대화록 유출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하지만 이 차장검사가 대화록 유출사건과 관련된 여당 정치인들의 조사를 서면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드러나면서 '불공정 수사'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결국 비난 여론에 원치 않던 여당 정치인들의 소환조사까지 하게 되면서 유출사건 수사결과 발표까지 함께하려던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자 금주를 넘기기 전에 대화록 실종사건만이라도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시간에 쫓긴 것이 아니라 일부러 금요일을 선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말 동안 신문은 휴간하고 방송 뉴스 시간 역시 줄어들어 여론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시점을 노렸다는 얘기다.
금요일 수사결과 발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차장검사는 "대통령기록관에 오래 있었고 수사가 종료된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검찰의 브리핑이 유독 금요일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최근 관례처럼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진상 규명 지시, 일주일 뒤인 27일 채 전 총장 의혹에 대한 법무부 진상조사 결과 발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수사팀 배제 등이 그 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신문들이 주말판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금요일날 언론발표를 한다는 것은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한 가장 전형적인 꼼수"라며 "금요일 브리핑이 많아진다는 것은 여론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은 검찰의 바람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씁쓸해했다.